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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창] 세상 만물은 항상 변하고 있다

2023-01-04

'기회의 시간'인 카이로스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는

의지를 담은 결정적인 시간

세상 만물은 영원하지 않아

기회가 오면 곧바로 잡아야

[시선과 창] 세상 만물은 항상 변하고 있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같은 강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긴 가르침이다. 세상 만물은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고 늘 변화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가장 아름다운 조화는 다양한 견해들로부터 나온다'는 그의 어록도 우리가 새겨볼 만하다. 그의 모든 가르침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세상 만물은 늘 변한다(panta rhei).'

변하는 세상을 그리스 신화에서는 두 개의 시간으로 구분했다. 절대적 개념의 크로노스(Chronos)와 상대적 의미의 카이로스(Kairos)다. 크로노스는 '물리적 시간', 카이로스는 '기회의 시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크로노스는 양적인 개념이고 카이로스는 질적인 성질을 나타낸다.

그림 속의 크로노스는 회색 수염을 가진 현명한 노인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바퀴를 돌리는 사람으로도 묘사되며 일정한 주기를 가진 기계적 시간을 상징한다. 때문에 계절, 달력, 수확의 신으로 그려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오늘날 정밀 시계인 크로노메터, 연대학(chronology), 연대기(chronicle), 동조화하다(synchronize) 등의 어원으로 남아 있다.

반면 카이로스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데 적절한 혹은 기회의 시간을 나타낸다. 고전에서는 화살이 과녁을 향해 발사되는 순간이나 직공이 직물의 틈 사이로 실을 뽑는 절묘한 찰나로 비유되기도 했다. 카이로스는 의지를 담은 결정적인 시간으로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으로도 묘사된다.

조각을 보면 카이로스는 앞머리는 있는데 뒷머리가 없는 소년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는 기회가 왔을 때 꼭 잡으라는 점을 우화적으로 가르쳐 준다. 사람은 기회가 왔을 때 못 보거나,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잡을 수도 있다. 다만 카이로스는 앞머리만 있어 기회는 곧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태양은 매일 새롭게 뜬다'라고도 했다. 어제와 오늘의 태양은 다르기에 새롭다는 것이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크로노스의 관점으로 볼 때 전환점에 있음을 뜻한다. 크로노스와 같이 현명한 사람은 해가 뜨고 지는 기계적 시간에서도 매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매듭은 막힌 부분을 정리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기에 어떤 시간은 황동규 시인의 표현처럼 '어제를 동여매는 것'이리라.

해가 바뀐다는 것은 카이로스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떤 의미인가. 크로노스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기계적인 흐름이라면 카이로스 시간은 내면적 성찰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카이로스 시간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소망의 시간이기에 주위를 돌아보게 되고, 화합과 관용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판타 레이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에게 두 가지 의미의 시간이 있지만 새해에는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달리 주어진다. 철학자의 가르침처럼 세상 만물은 늘 변한다. 하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은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음을 깨닫는 아침이다.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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