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동호회 무인기 수준 어디까지 왔나
스티로폼 유사 'EPP' 비행체
길이 60㎝로 北보다 훨씬 작아
국내외 부품…제작비 100만원
레이더 안 잡히고 새처럼 보여
비행금지구역까지 드나들기도
지난해 3월 휴전선을 넘어 금강산 일대를 촬영하고 돌아온 무인기. 대구 무인기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동호인이 직접 제작한 것이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
"스티로폼 재질의 비행체와 카메라, 배터리, 자동비행장치, GPS 수신기 등만 있으면 어디든 날아서 촬영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3월 직접 제작한 무인기에 카메라를 부착해 휴전선을 넘어 금강산 촬영에 성공한 A씨(대구)는 15년 전 모형 비행기에 카메라를 장착하는 기술을 스스로 터득했다고 했다. 그는 스티로폼과 유사한 EPP(발포폴리프로필렌) 재질의 비행체를 원하는 규격에 맞춰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했다. 비행체에 장착하는 카메라와 배터리, 자동비행장치, GPS 수신장치, 영상 송신기 등도 해외 직구 또는 국내 드론숍 등에서 구매했다. A씨가 근무하는 직장 창고 등에는 이렇게 구매한 부품을 조립해 만든 크고 작은 무인기가 10개 가까이 있었다. 모두 촬영 가능한 상태였다.
놀랍게도 A씨가 금강산 촬영에 성공한 무인기는 길이가 60㎝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6일 수도권 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의 크기가 2m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식별 감지도 쉽지 않다. A씨는 "국내 무선 비행기 동호회 등에서는 대체로 단순 드론을 만들어 가까운 거리에서 즐기는 수준이지만, 장거리 비행이나 자동비행을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면서 "장거리 무인기를 만드는 데는 대략 100만원 정도의 재료비가 들어간다"고 했다.
일본 대마도 무인기 촬영도 두 번이나 성공했다는 A씨는 국내는 물론 북한이나 일본에서 무인기 촬영이 가능한 것은 일반 비행체나 드론 같이 금속이 아닌 EPP 재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EPP 재질은 스티로폼과 같이 흰색이어서 높이 떠 있을 경우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을 뿐 아니라 육안으로도 새(鳥)로 인식된다"며 "심지어 새 보다 작은 무인기도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휴전선을 넘어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으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무인기 역시 비행체가 금속 재질이 아니어서 우리 군(軍)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다.
대구 무인기 동호회 회장 B씨는 "북한 무인기 서울 상공 침투는 엄청난 사건"이라며 "아마 군용 헬멧 등에 사용되는 첨단 소재인 플라스틱 재질의 '파이브 글라스'로 추정되는 비행체 같은데, 이를 발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호회 회원 중 국내 비행금지구역을 수 차례 비행해도 걸린 적이 한 번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 무인기를 발견한 것은 그 만큼 대비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B회장은 이번 기회에 우리 군이 '근접 방어 무기체계'인 CIWS(Close In Weapon System)를 휴전선 인근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IWS는 항공기, 특히 대함 유도탄으로부터 함정의 근거리 방어를 위해 개발한 고(高) 발사율의 근접 방어용 무기체계다. 통상 20~40mm의 소구경 포로, 자체적인 센서와 통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탐지·추적·위협·평가·발사·격추·판단 등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대표적인 근접 방어 무기체계로는 미국의 팔랑크스(Phalanx), 네덜란드의 골키퍼(Goalkeeper) 등이 있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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