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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변화도 혼란스러운데 선거구제 개편? 속내 복잡한 TK 정치권

2023-01-06 16:16
지역구 변화도 혼란스러운데 선거구제 개편? 속내 복잡한 TK 정치권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운을 띄웠으나 따라가긴 하겠지만, 민주당도 반대하고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TK 지역의 한 초선의원)


새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제 개편을 두고 대구·경북(TK) 의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중·대선거구제'를 비롯한 선거제도 개혁을 제안했고, 김진표 국회의장도 선거제 논의 로드맵을 '3월'로 제시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여당 소속 의원들이기에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회의적인 시선이 주를 이루면서 당장 내년 총선에서 전면 시행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 尹 "중대선거구제 오랜동안 생각해 와"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면서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 시작 전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다.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도 같은날 국회 시무식 후 기자들과 만나 "현행 소선거구 제도는 사표가 많이 발생해 국민 뜻이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하고 '승자 독식'으로 정치권 대립과 갈등을 증폭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며 선거제도 개편을 공식화했다. 이어 그는 "대안의 하나로 중대선거구 제도도 제안되고 있다"며 "그 밖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해 여러 대안을 잘 혼합해 선거법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의장은 "선거 제도에 따라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 표심이 선거에서 비례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며 "가령 호남에서도 보수 정치인들이, 대구·경북에서도 진보 정치인들이 당선돼 지역 표심을 반영할 수 있는 정치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김 의장은 "오는 3월까지 내년 총선 선거제도를 확정할 것"이라며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2월 중순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한 뒤 국회 본회의에서 '전원회의'에 회부할 것이라고 로드맵을 설명하기도 했다.

◆ 중대선거구 시 TK 영향은?
현재 우리나라는 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기록한 의원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중·대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2~3명의 대표를 뽑는 제도다. 예를 들어 '대구 달서구' 지역의 경우 현재 인구 비례를 통해 3명의 지역구(갑·을·병)로 나뉘어 있고 각 지역구마다 의원 1명씩을 선출한다. 반면 중대선거구제에서는 달서구에 3명의 대표를 뽑는 선거를 진행하며 득표 순위에 따라 대표 선출이 이뤄진다.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인 만큼 다량의 사표가 발생해 대표성이 떨어지고, 양당체제를 강화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중대선거구제는 득표 순으로 2명 이상을 선출하기 때문에 사표를 줄인다는 장점이 있다. 또 소선거구제에서 2위 안에 들기 어려웠던 제3정당의 당선 가능성도 높아진다. 영남 보수, 호남 진보라는 지역주의 완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1위 득표 당선자와 최하위 득표 당선자의 득표율 차이에 따른 대표성 문제도 있고, 동시에 인구 수가 적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 선거구가 더 넓어져 지역의 대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거대 양당 체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위성정당'을 통한 독식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비판도 있다.

중대선거구제라는 방식은 현행 득표수로 분석이 불가능한 만큼, 과거 총선을 적용한 대구·경북의 의석 수의 직접적인 변화는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30일 펴낸 '제8회 동시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 효과와 한계'라는 보고서에서는 중대선거구제가 시범실시된 수성구을 지역구의 수성구마, 수성구바 선거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수성구마·바에서 각 1명씩 민주당 기초의원이 당선됐다면서 "영남 지역의 경우 소수 정당이 아닌 민주당이 정치적 대안으로 인식됐다"고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즉 향후 총선에서 영남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선거구제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 "선거구획정도 민감한데…중대선거구제 부정적 기류"
이같은 점 때문에 대구경북 정치권은 중대선거구제에 당장은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자칫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에선 의석 수를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 의원은 "아직은 논의 전이기에 중대선거구제의 장단점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면서도 "경북만 해도 이미 한명의 의원이 3~4개 군을 담당한다. 대표성 때문에라도 경북에선 중대선거구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권 여당 대구경북이 전국에서 윤 대통령 지지세가 가장 높은 만큼 공식적인 반대입장은 내지 못하고 속앓이 중이다. 한 초선 의원은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안될 것 같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운을 띄웠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한만큼 일단 힘을 보태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TK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 중대선거구 도입시 지역구 변동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현재 군위 편입과 인구 변동 등으로 등으로 선거구 획정도 문제가될 가능성이 높은데 선거구제 개편까지 논의가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일부 지역에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됐던 것처럼 소선구제와 중대선거제의 혼용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역의 한 의원은 "이미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단점도 나오고 있지 않나. 장단점 논의도 부족한 상황에서 전면적 시행은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지방선거 처럼 일부 시범 실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폐율제 등과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치권은 더불어민주당의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부정적 입장, 국민의힘의 연동형비례제 개편 입장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앞서 '비례위성정당'이라는 치명적 문제점을 노출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정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권력구조 개편과 행정구역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면서 향후 복합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시사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 의원들도 '자리 지키기'라는 프레임과 정치개혁이라는 대명제에 거스르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가 쉽겠나. 쉽지는 않겠지만 내년 총선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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