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30110010001211

영남일보TV

[문화산책] 체험하는 문화, 참여하는 연극 <1>

2023-01-11

[문화산책] 체험하는 문화, 참여하는 연극
윤주영〈연극 연출 겸 작가〉

삶의 수준이 향상되고, 문화 소비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화 체험의 기회가 적었던 몇 년간 공연계는 영상 송출을 통한 공연 제공에 힘쓰고 있다. 이는 공연 실황 영상이나 시츠프로브(음악 감독의 지휘에 맞춰 오케스트라와 배우들이 합을 맞춰보는 리허설) 영상을 송출해 주는 것을 넘어 최근 개봉한 뮤지컬 영화 '영웅'까지 관객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공연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관객은 갈수록 폭넓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얻고자 한다. 이런 의지는 단순 관람 형태였던 공연에서 벗어나 관객이 공연 중인 무대에 개입해 직접 공연의 줄거리와 결말을 바꾸는 '이머시브' 형태의 공연 소비로도 나타난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없애고 관객이 극의 일부가 돼 공연을 체험하는 이머시브 연극은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성황리에 초연을 마쳤다. 현재까지도 장기 공연 중인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가 대표적이다. 슬립 노 모어는 한 건물을 통째로 공연장으로 만들어 두고, 배우들을 여러 공간으로 흩어지도록 만든다. 관객은 공간을 이동하는 배우들을 따라 건물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어떤 배우를 따라가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장면을 경험하게 되고 각자가 본 이야기에 따라 서로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형태다.

이런 흥미로운 공연 방식은 한국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학로에서 꾸준히 공연되는 연극 '쉬어 매드니스' '버닝 필드' '그래드 엑스페디션' '작가, 작품이 되다' 등이다. 그중 최근 대구에서 공연된 반디협동조합의 연극 '돈 빌리브 오셀로'가 눈에 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원작으로 각색된 작품은 관객이 경찰대학의 학생들이 된다. 데스데모나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고 직접 살인자를 찾아내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슬립 노 모어의 공연과 비슷하게 공간을 세 곳으로 나눠 움직이는 배우를 따라, 데스데모나가 죽기 전까지 있었던 상황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경험한다. 이후 SNS 투표를 통해 각자가 생각하는 살인범에 투표한다.

동성로의 '펍'이라는 이색적인 위치와 관객이 이야기에 개입할 수 있는 직접 체험이라는 부분에서 큰 매력을 어필한 돈 빌리브 오셀로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빠르게 전석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연극의 연출을 맡은 김근영 연출가는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재밌는 공연을 만들고자 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이처럼 더 다양한, 더욱 이색적인 공연을 바라는 문화 체험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는 반디협동조합과 그 외 색다른 공연 형태로 관객을 찾아가는 극단이 늘어나고 있다. 다시 한번 연극계에 불어올 순풍이 기대된다.
윤주영〈연극 연출 겸 작가〉

기자 이미지

윤주영 연극 연출 겸 작가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