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소재 전자부품 업체 A사는 최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위해 내부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납품을 위해 ESG 관련 지표를 평가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아서다. 이 업체 관계자는 "협력사에 대한 ESG 평가가 강화되기때문에 이제 준비를 해야한다. 비용이나 인력 편성에 부담이 있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평가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 범위가 대기업 등에 납품하는 지역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역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1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시가총액 및 매출액 상위 주요 대기업 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협력사 ESG 관리 현황'에 따르면 대기업 30개사 가운데 26개사(87%)가 협력사에 대한 ESG 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17개사(56.7%)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 3년 연속 ESG 평가를 실시한 대기업 17개사 가운데 평가 협력사 수를 공개한 14개사를 보면 평가 대상 협력사 수가 매년 평균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ESG 평가의 평가항목은 최소 30문항에서 최대 120개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환경·안전·인권·보건·윤리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연관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 혹은 집계하는 기업은 14개사(46.7%)다. 현재 협력사 ESG평가를 수행하지 않는 대기업도 향후 측정·공개 계획임을 밝혔다. 협력사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제출 요구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사에 대한 ESG 평가 수행 중인 기업(26개사)중 69.2%(18개사)는 평가결과를 인센티브·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구매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인센티브를 부여한 곳은 13개사인 반면, 페널티를 부과한 곳은 16개사로 나타났다.
ESG 관련 평가를 받는 중소기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30.5%는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 해 거래감소, 중지 등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대기업의 지원 필요 항목으로는 'ESG 관련 시설·설비개선'(20.4%), 'ESG 관련 자금'(19.4%), '교육'(10.2%) 등을 꼽았다. 하지만 거래하는 대기업의 ESG 관련 지원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42.6%를 차지해 실제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협력사들의 ESG 경쟁력 향상은 곧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대기업의 평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평가 뿐 만 아니라 중소 협력사들에 대한 교육·컨설팅·시설·비용지원 등의 지원을 수반해야 대·중소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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