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경북부장 |
인구 감소·소멸 위기 등 암담한 소식만 들어오던 중에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인구소멸의 위기에 처한 경북 고령군과 청도군에서 2개월 연속 인구가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말 고령 인구가 전달보다 8명 증가한 데 이어 11월 말에는 120명이 더 늘었다. 이로써 3만명 붕괴 직전이던 인구는 3만326명을 기록했다. 청도도 지난해 10월 말 인구가 전달보다 53명이 늘어난 데 이어 11월 말에도 42명 증가했다. 청도 인구가 9월 말(4만1천491명) 최저치를 찍은 후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래도 경북 대부분 지역은 여전히 인구 감소의 늪에 빠져있다.
인구 감소가 유발하는 문제는 잘 알려져 있다. 인구가 줄면 자연스럽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세금도 덜 걷힌다.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니 상대적인 자산 감소 현상이 발생하고 지자체 예산이 줄어드니 점점 살기 팍팍한 곳이 된다. 인구가 더 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점을 지자체가 잘 알기 때문에 인구 증가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다. 기업 유치, 주소갖기 운동, 청년농부 지원 등 사람이 모이는 지역 인프라를 조성하고 다양한 인구 유인책을 쓴다.
고령과 청도만이 아니다. 경북도와 다른 지자체들도 각종 인구 유입책을 펴고 있다. 임기응변식, 차별화되지 않는 인구 증가 정책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지자체만이 아니라 시·군민도 인구 증가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고령, 청도가 나오리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특히 그동안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구미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구미국가산단의 수출액이 최근 3년간 증가세를 보이면서 구미시는 지난해 수출 목표치(300억달러)에 거의 근접한 성과를 냈다. 수출 증가의 의미는 크다. 이는 그만큼 일자리와 기업이 늘었고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와 기업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내리막길을 걷던 인구의 증가세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50여 년 전 허허벌판이던 구미는 국가산단 조성과 함께 LG·삼성 등 대기업이 입주하면서 투자, 고용 창출로 인한 인구 증가, 세수증대 등 도시가 급성장했다. 대기업 유치는 그만큼 지역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경북도도 100조원 투자 유치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면서 구미, 포항, 영천 등에 대기업 유치, 리쇼어링이 잇따르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말처럼 "기업 유치가 청년 일자리와 지방경제에 직결돼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대응하기 위한 절박함"이 담겨 있다. 대기업 본사 70%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되면서 자원과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상황이니 그 마음이 오죽 답답하겠는가.
또 "기업유치 100조원이라는 담대한 목표를 달성해 지방시대를 강조하는 새정부 정책기조를 선도하고 지역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조성하는 데 뜻을 함께 하자"는 제안에도 절로 수긍이 간다.
범죄학에서 흔히 말하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인구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유리창 파손 등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지듯, 인구문제를 소홀히 하다 보면 도시 전체가 사라질 수 있다. 바늘 구멍에도 큰 둑이 무너진다는데 인구 감소 문제가 이제 바늘 구멍만 한 수준을 넘어섰다. 구멍이 더 커지기 전에, 유리창 깨진 자동차가 더 망가지기 전에 변화된 모습이 나오길 기대한다. 확 달라진 경북이 기다려진다.김수영 경북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