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되면, 윤핵관이라고 설치면서 다른 의원 겁박한 사람들 공천 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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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11일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11일 대통령실이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견제하는 데 대해 "집단 린치, 왕따, 학교폭력과 같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신의 전당대회 도전 여부와 관련해서는 결심이 임박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학교폭력에서 같은 반의 친구가 일진한테 당하는데 '나는 아니니까'라는 생각으로 넘어가면 그 다음 차례가 자기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유승민 죽이는 법(당 대표 경선룰)을 만들고, 나 전 의원에게 저러는데 내일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윤핵관 호소인에게 그럴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나경원 전 의원은 저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윤 대통령에 대해 늘 옹호하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도 대통령실의 입장을 보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차기 총선 공천과 관련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제가 만약 당 대표가 되면, 윤핵관이라고 설치면서 다른 의원 겁박한 사람들은 절대 공천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룰을 바탕으로 공천을 투명하게 하면 그게 정치인이 가장 원하는 것 아니냐. 오히려 공천 잡음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또 "우리나라는 젊은이들에게 정치경험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괜찮은 젊은이가 있다면 그들에게 강남, 서초, TK(대구경북), PK(부산울산경남) 등 국민의힘 지지도가 제일 높은 지역에 전략공천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어떤 모습이 바람직한 당정관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당과 대통령의 관계는 검사동일체 원칙 같이 수직적이고, 위계적이며, 일방통행적이고, 명령과 지시에 순종하는 관계가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뒤 "수평적인 협력, 견제 관계가 돼야한다. 대통령과 정부가 듣지 못하는 민심을 당이 듣고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충고도 이어갔다. 유 전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부가 된다. 대통령께서도 이 점을 직시하시고, 마음을 열어놓고 생각하셔야 한다"면서 "자기(윤 대통령) 말 잘 듣는 검사 출신, 청와대 비서진들 내리꽂는 공천을 하면 망한다"고 지적했다. 윤핵관을 향해서는 "윤핵관의 말 중에 가장 황당한 게 윤심이 당심, 당심이 민심, 결국 윤심이 민심이라고 하는 기적의 삼단논법이다. 민심과 당심을 억지로 밀어내면 결국엔 윤심만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권 도전 과정에서 다른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두고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유 전 의원의 발언 중 대부분이 당 대표 출마를 전제로 했으나, 실제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제 정치적 소명이 맞느냐에 대해서 스스로 묻고 확신이 들면 제 결심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길게 끌지는 않겠다. 2월 초가 (당 대표 후보) 등록 기간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글·사진=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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