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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만의 리추얼

2023-01-12

[문화산책] 나만의 리추얼
임진형〈음악학 박사〉

음악은 '소리'를 매개로 형성되는 예술이다. 눈부신 테크닉으로 '피아노의 괴물'이라 불리는 임윤찬을 비롯한 기악 연주자들이 정작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화려한 손가락 테크닉이 아니다. 좋은 소리를 찾아갈 수 있는 연주자의 '마음'과 '귀'를 연마하는 것이다.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서도 말하듯 연주는 피아노 건반에 닿는 연주자의 마음이며, 그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소리를 내면으로 먼저 찾아서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마음의 울림을 정확하게 손가락으로 건반에 표현하기 위해 우리는 좋은 테크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음악학박사이지만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필자는 마음과 귀를 위한 나만의 리추얼(ritual)이 있다.

2000년에 캐나다에 가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몇 년간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피아노와 음악 이론을 가르쳤다. 매일 학교에서 피아노를 가지고 아이들과 사투를 벌이면서 생기는 화음과 불협화음에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지쳐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때부터였다. 수도원, 피정의 집, 명상센터를 찾아다니면서 내 몸과 마음을 위한 '정화'의 시간을 가진 게 그것이다.

퀘벡의 수도원에서 일주일간 침묵으로 머무르는 것을 시작으로 천주교의 향심피정과 인도에서 시작한 위빠사나 침묵 명상에 참가했고, 또 유럽에서 공부할 때는 프랑스의 수도원과 영국의 명상센터들을 찾아다녔다. 주위의 소리에서 해방되면서 점점 '침묵 속의 고독' 또는 '고독 속의 침묵'이라는 혼자만의 시간에 매료된 나는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가는 길'도 오랫동안 걸었다. 그렇게 북미와 유럽에서 20년간의 생활을 마치고 2019년에 귀국한 이후에는 매주 명상 수련에 참가하고, 매년 템플스테이와 수도회 피정 등을 찾아다니며 좀 더 본격적으로 나만의 리추얼을 가진다.

처음에는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소리로부터 마음과 귀를 씻어주는 것에 집중했지만, 차츰 소리의 차원을 넘어 생각이나 행동, 마음의 정화에 이르기까지 이완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내려놓고, 낮추고, 느리게 하고, 비우는 것.

인도 철학, 선불교에 심취하여 음악의 무목적성을 추구한 실험주의 작곡가 존 케이지는 또 말한다. 순수한 음악의 소리를 찾기 위해서는 소리를 지배하려는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내려놓아야 한다고.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이 리추얼이라면, 나만의 의식과 내면의 발견은 침묵 속의 명상에서 찾는다. 다음 주에는 최근에 참가한 은해사 템플스테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임진형〈음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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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형 음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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