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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임상병리사 접고 '비건카페 겸 책방' 주인이 된 까닭은

2023-02-08
[동네뉴스] 임상병리사 접고 비건카페 겸 책방 주인이 된 까닭은
대구도시철도 3호선 동천역 인근 주택가에서 카페 겸 책방인 '나른한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소현씨가 비건(채식주의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님이 커피 열 잔을 사가겠다며 주문했어요, 하지만 저희 가게는 포장 용기를 쓰지 않아 거절했어요. 기후 위기라고 입으로만 떠들 수는 없잖아요. 하루 석 잔을 팔아도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해야죠."

백소현(35)씨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동천역 인근 주택가에서 카페 겸 책방인 '나른한 책방'(북구 대천로)을 운영하고 있다. 책방에 들어서면 상자 골판지로 만든 메뉴판이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 백씨는 저동력 커피, 생레몬, 읍내동 통장님표 매실청 에이드, 100% 토마토 주스, 동천동 방앗간에서 빻은 오곡(국산 검은콩 검정깨 흑미) 라떼, 직접 담근 오미자청 등을 팔고 있다. 특히 호두파이, 마들렌, 스콘 같은 간식거리는 우유·계란·버터 등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는다. 비건(Vegan·채식주의자)을 위한 식재료만 취급하고 있는 것. 책방에 구비된 책도 비건·동물권·기후위기·환경 등과 관련된 분야가 대부분이다.

백씨가 비건이 된 것은 몸이 아파서도 아니고 건강을 생각해서도 아니다. 어느 날 공장식 축산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잡식 가족의 딜레마'(감독 황윤)를 본 후 충격에 빠졌다는 그는 "20년 살 수 있는 동물들이 한 달 만에 죽어 나가고 지옥 같은 환경에서 사육되는 현실에 참혹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사람들이 고기를 덜 먹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는 그날 이후 고기 먹기를 중단했다. 이후 경북대병원 임상병리사를 그만두고 비건 간식을 판매하는 책방을 차렸다.

나른한 책방은 장애인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유리창에는 '어린이 환영' '반려견 동반 환영'이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한 달에 한 번 글쓰기 모임인 '글헤는 밤'이 진행되고, 작가를 초대해 얘기를 나누는 '북토크'가 열리기도 한다. '쓰기의 말들' 은유 작가와 '이상한 동물원' 이예숙 작가가 다녀갔다. 백씨는 "앞으로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유익한 행사를 만들어 책방을 오래 지켜 나가고 싶다"며 "특히 아이를 동반한 엄마가 이 공간에서 나른하게 쉬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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