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의회주의 포기…실세형 차관 임명은 검토 안 해"
국힘 "헌법이 준 칼로 헌법 찢어…기각땐 야당 전적 책임"
민주 "尹정부, 이제라도 이태원 유족에 진심으로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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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발의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여당이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부를 시도하는 등 표결 저지에 나섰지만, 원내 과반인 169석을 가진 민주당을 막아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야당 책임" vs "국회 의무"
이 장관 탄핵의 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자, 국민의힘은 "기각 시 민주당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반발했고, 민주당은 "국회의 의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탄핵소추안 강행처리 규탄대회에서 "브레이크가 없거나 브레이크가 고장 난 대형 트럭은 가끔 흉기로 변한다. 민주당이 지금 딱 그 짝이 되고 있다"며 "이렇게 힘자랑하다가 국민의 심판으로 대선·지방선거 연속 패하고도 아직 뭣 때문에 자기들이 졌는지, 국민이 뭐를 심판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야당은 오늘 헌법이 부여한 칼로 헌법의 한 페이지를 찢어버렸다. 이재명 대표 한 명 지키고자 헌법을 불태운 오늘은 헌정사에서 영원히 야 3당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 가결을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회는 오늘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난안전 주무부처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끝내 거부한 윤석열 정부는 헌정사에 가장 부끄러운 '실패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장관은 더 늦기 전에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은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난 7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장관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등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직무 수행이 부적절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같은 생각"이라면서도 "(탄핵소추안 발의가) 상당히 곤혹스럽고 개인적인 생각과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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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의회주의 포기
대통령실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 "의회주의 포기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회에서 이 장관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대변인 또는 대변인실 명의가 아닌 '대통령실' 명의의 입장 발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특히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시인할 수 있다"면서 "이 장관이 어떤 헌법과 어떤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는지 아직까지 드러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탄핵이 부당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장관 탄핵안 가결에 대비해 '실세형 차관'을 임명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에 대한 공석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통령실이 나서 법조계 출신의 실제 차관을 임명해 야권에 '맞불'을 놓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런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임호·정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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