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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
올해 초 '지방시대'를 천명하며 닻을 올린 이철우(경북도지사)의 지방분권호(號)가 50일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지방소멸 극복을 통해 지방전성시대를 열겠다는 당찬 각오로 국내 최초이자 전국 유일의 '지방시대정책국'을 신설한 이 도지사는 국민행복시대의 시작을 '수도권병' 치료에서 찾고 있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공화국이다. 전국 일자리의 50.5%, 국내 1천대 기업의 74%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이는 지방 청년들의 '인(in) 서울'을 가속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다. 직장을 넘어 대학도 '인 서울' 된 지 오래다. 지역에서 취업 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이탈도 늘어만 가는 추세다.
이에 이 도지사는 K-로컬 7대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지역 청년들의 이탈방지에 온몸을 던지고 있다. 등록금 무상지원 시대를 열겠다는 '교육 지원'에서부터 대기업의 임금을 보전하는 '취업 지원', 10년간 무료 주거의 '주거 지원', 결혼자금 5천만원의 '결혼 지원'과 함께 완전돌봄 3대 패키지(출산-보육-돌봄)를 더한 7대 생애리사이클링 정책을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도지사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완전한 지방자치, 완벽한 지방분권, 완성된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순 없다. 전 세계에서 지방자치가 가장 잘 된 국가로 평가받는 스위스도 불과 15년 전인 2008년에서야 지금의 분권을 이룰 수 있었다. 1999년 스위스 연방 헌법 개정 이후 2001년, 2003년, 2008년 3차례 더 개정 과정을 거쳤다.
1인당 국민소득 9만달러의 스위스가 자치분권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중앙정부의 권력 내려놓기에서 시작됐다.
2018년에 찾았던 인구 9천명에 불과한 스위스 우리 칸톤(Kanton·광역자치단체 및 의회)의 주도(州都) 알트도르프 게마인데(Gemeinde·기초자치단체 및 의회)의 주민총회 모습은 왜 스위스가 자치분권 국가인지를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도심 극장에서 열린 주민총회에서는 이듬해 예산과 초등학교 운동장 확장 및 도로 개설 등 지역의 각종 사업과 예산편성이 이뤄졌을 뿐 아니라 이란인 등 외국인 11명이 알트도르프 주민 동의로 스위스 시민권을 획득했다. 이 중 1980년부터 38년이나 이곳에서 살아온 이탈리아인도 마침내 스위스 국민이 됐다. 이후 몇 가지 절차가 남아있긴 했지만 스위스 국적 취득의 가장 큰 관문인 게마인데 주민총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들 모두는 이날부터 사실상 스위스 국민이 된 셈이다. 스위스에서의 게마인데 총회 시민권 획득은 곧 스위스 국적 취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에 교육부 장관이 없다는 것도 특이했다. 스위스는 취리히공과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을 광역자치단체인 칸톤에서 관장한다.
고속도로를 제외한 일반도로 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의 공사와 관리도 정부가 아닌 칸톤에서 맡고 있다. 정부에서는 외교, 국방, 금융정책, 사회복지, 고속도로 건설 및 관리 등만 담당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정치 시스템이 스위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던 스위스 사회학자 바움베르거 박사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의 민주화는 지방분권화에 있고, 그러한 것들은 일반 시민이 모여 만들어지는 큰 물결이다. 그 물결 속에 첫째는 헌법 개정을 통한 지방분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있다."
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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