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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민주주의의 敵

2023-03-17

[이재윤 칼럼] 민주주의의 敵
이재윤 논설위원

미국의 보수 성향 비영리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매년 '세계자유보고서'를 발행한다. '2023년 보고서'가 한 주 전 발표됐다. 올해 보고서의 핵심은 '민주주의 쇠퇴 현상이 17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주의의 쇠퇴는 세계적 추세지만 우리의 경우 조금 다른 성찰이 필요하다.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이달 초 발표한 국가별 '민주주의 순위'를 보자. 한국은 2021년 17위에서 지난해 28위로 추락했다. 상대가 되지 않던 일본(27위)에도 역전됐다. 비슷한 시기의 영국 이코노미스트 조사도 일치한다.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24위, 2021년 16위에서 8단계 떨어졌다. 30위 권내 국가 중 가장 많이 내려갔다. 이코노미스트가 주범으로 콕 찍은 게 있다. '정치 문화'다. 최근 우리의 모습을 반추해 보면 이해가 된다.

#글러브 낀 심판관= '검찰' '언론' '종교'는 민주적 질서를 유지하는 '심판관'이다. 일종의 사회적 합의다. 두 눈 가리고 양손에 칼과 천칭을 든 정의의 여신 '디케'의 모습이 이를 상징한다. 합의가 깨졌다. 글러브 끼고 눈에 핏발 세워 링 위에 오른 심판관이 허다하다. 검사. '천칭' 없는 '칼질'은 폭력이다. 대중은 가난보다 불공정에 분노한다.(아리스토텔레스) 언론, 정의를 사칭한 불의가 만연하다. 불감증 탓인지 '편들기'가 공공연한데 부끄러움이 없다. 종교. 정당 울타리에 수만 명의 이단 세력이 암약한다. '우리가 이번에 김기현 장로를 밀었다'고 떠벌리는 극우 근본주의 세력과 결별을 못 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건 민주주의의 수치다. '글로브 낀 심판관'에겐 더 강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가 없다.(생 쥐스트)

#21C 정치에 등장한 무속=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그저께 국방부를 압수수색했다. 천공도 곧 부른다고 한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건진법사도 있다. 가족의 이권 개입 의혹에 대통령실이 구두 경고했다는 풍문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대통령실이 사사건건 무속 논란에 휘말리는 건 유례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모 묘소 훼손 사건은 또 뭔가. 흑마술 흔적이 보이는 무속 테러에 가깝다. 21세기 대한민국에 난무하는 혹세무민의 주술 공방은 한 편의 트래지코미디(tragicomedy·희비극)를 보는 듯하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겠다.

#팬덤에 맥 못 추는 정당= 이재명 대표는 그저께 페이스북에 '내부 좌표 찍기는 자해행위'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전날에도 '수박 색출' '정의당 야유' '7적-문재인, 이낙연 웹이미지' '살생부' 등을 의식한 듯 비슷한 얘기를 했다. 예상 밖 반응이 나왔다. 지지자들이 환호할 줄 알았는데 야유가 터졌다. 한술 더 떠 '개딸'들은 비명계 의원 사무실로 전광판 트럭을 보내 어깃장을 놓았다. 이쯤이면 이재명의 개딸인지, 개딸의 이재명인지 헷갈린다. 국민의힘도 정도의 차이일 뿐 극우 유튜버나 태극기 세력, 선거 때마다 몰려다니는 정체불명의 팬덤 눈치를 보는 건 마찬가지다. 팬덤은 반성 없는 개인들의 집단 최면이다. 중도층을 도망가게 하고 스스로 고립시킨다. 이성과 사실이 부정되고 궤변과 독설이 대중을 움직일 때 '가짜 민주주의'가 득세한다. 민주주의는 우리를 구할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구해야 할 제도가 되어가고 있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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