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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소리 가득했던 '전통시장' 역사 속으로…주상복합·아파트 '빌딩숲' 된다

2023-03-27

사라져가는 대구경북 삶의 기록 <2> 전통시장
대구경북에서 3년간 6개 전통시장 사라져
대구 '남문시장' 시장정비사업 포함…형태 변화 예고
새로운 모습 찾지 못하고 방치된 곳도 다수

사람 소리 가득했던 전통시장 역사 속으로…주상복합·아파트 빌딩숲 된다
지난 7일 만평시장. 사라진 시장은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사람 소리 가득했던 전통시장 역사 속으로…주상복합·아파트 빌딩숲 된다
사라지기 전 만평시장 모습.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대구 전통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기분 나쁘지 않은 흥정 등 사람 사는 소리로 가득했던 전통시장이 아예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태다. 이유는 대부분 '돈' 때문이다. 전통 시장이 있던 자리에는 회색빛 주상복합이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새로운 모습을 찾지 못해 아예 방치되고 있는 것도 있다.  

 

대구 서구 비산동에 자리 잡고 있던 '만평시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2021년 7월 전통시장 기능 상실의 사유로 전통시장 인정이 취소됐다. 전통시장 인정 취소를 이끌어낸 이들은 토지건물주들. 이들은 시장 기능을 잃었다며 99%가량이 전통시장 인정 취소를 요청, 비산7동 주민과 30년가량 함께한 만평시장은 사라졌다. 

 

대구 서구 만평 지역 개발로 유입된 비산7동 주민들의 삶과 함께해온 시장인 만평시장은 1977년 1월 상설 시장으로 개장했다. 당시 만평시장의 매장 면적은 1천694㎡, 연면적 3천620㎡, 대지면적 3천762㎡ 규모로 6개 동, 76개 점포가 등록됐다. 지난 2001년 화재로 3개 동이 손실되면서 시장 기능을 점차 희미해져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근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더 위축됐다.

 

만평시장을 따라 형성된 뒷골목 시장에서는 여전히 일부 가게들이 살아남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만평시장은 인근 비산7동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면서 활성화가 이뤄졌던 시장이었다. 없어져서 아쉽지만, 세월의 흐름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더 아쉬운 점은 만평시장 부지가 사실상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취소 당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 건물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취소 당시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사람 소리 가득했던 전통시장 역사 속으로…주상복합·아파트 빌딩숲 된다
지난 6일 신암시장의 부지. 시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사람 소리 가득했던 전통시장 역사 속으로…주상복합·아파트 빌딩숲 된다
사라지기 전 신암시장 모습.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대구 동구 신암3동에 있는 '신암시장'도 자취를 감췄다. 시장이 형성된 지 42여 년 만에 사라진 것. 1973년 만들어진 신암시장은 인근에 신암아파트, 동양맨션, 우남아파트 등이 들어서면서 시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토지면적은 1천775㎡, 매장면적 1천255㎡ 이었던 신암시장은 지역의 종합시장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인근 평화시장의 활성화와 인근 건물들의 노후화 등으로 상권의 침체가 이뤄지면서 점차 시장의 형태를 잃어갔고, 지난 2021년 4월 도시계획시설 변경 결정이 이뤄졌다. 해당 부지에는 민간분양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경북지역에서는 지난해 포항 장량시장과 장성종합시장이 사라졌다. 이곳은 각각 1987년, 1986년 만들어졌다가 지난 2022년 시장 재개발로 사라졌다. 이곳은 '장성동재개발사업' 구역으로 묶여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그렇게 최근 3년 동안 대구경북에서는 동국철물시장, 보성황실시장 등 6개의 전통시장이 세월이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사람 소리 가득했던 전통시장 역사 속으로…주상복합·아파트 빌딩숲 된다
지난 6일 남문시장 모습.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사람 소리 가득했던 전통시장 역사 속으로…주상복합·아파트 빌딩숲 된다
지난 2015년 남문시장 모습. 영남일보 DB
아직 남아있지만,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도 있다. 과거 대구의 대표 시장이었던 대구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남문시장'의 경우 형태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구청에 따르면, 남문시장은 지난 2021년 9월 시장정비사업에 포함됐다. 당시 토지 소유주들, 상인 등으로 구성된 남문시장 정비사업 추진위원회가 토지소유자 동의율 75%를 받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청 관계자는 "남문시장 자리에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라면서 "시장정비사업이 이뤄지기 위해선 사업 계획 승인, 조합 설립 인가, 교통영향 평가, 사업 준공 등 4단계로 진행된다. 현재 2~3단계의 중간이라고 보면 된다. 앞으로의 과정은 추진위원회의 상황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937년 개설된 남문시장의 역사는 인근의 '염매시장'과 관련이 깊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당시 일본인들을 위한 동문시장(현 염매시장)에서 신탄(薪炭)이 거래됐다. 이후 시장 질서의 확립, 도로 정리 등의 이유로 현재 남문시장 부근에 신탄시장을 신설하게 되면서 남문시장의 초기 모습이 형성됐다. 남문시장의 활성화는 6·25 전쟁을 거치면서 이뤄진다. 전쟁으로 인해 대구에 모여든 피란민들이 생필품을 남문시장에서 내다 팔기 시작한 것. 이에 남문시장은 피란민의 생계와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남문시장의 규모는 약 2만6천102㎡으로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76년대 현대식 상가가 들어서면서 정비돼 남문시장 1~5지구 모습을 갖추게 되면서 '대구 5대 시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남문시장은 점차 쇠퇴하게 된다. 동성로의 활성화와 인근 대형마트가 들어선 게 주된 이유였다. 남문시장 인근에서 근무 중인 A씨는 "남문시장 바로 건너편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니 시장이 활성화가 어려웠다. 고객들이 쾌적하고 친절하고 주차공간 넓은 대형마트로 이동하는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남문시장 인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박준상(32)씨는 "어린 시절 느꼈던 남문시장은 엄청 넓었다. 닭, 염소 등을 팔아 시골 냄새가 났던 기억이 향수로 남아있다. 또 남문시장 앞 신발가게에서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신발을 팔았던 것도 기억에 선명하다"면서 "남문시장의 모습이 변화할 수도 있다고 하니 추억의 공간이 줄어드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쉽다"고 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참고자료=대구역사문화대전

 

※'사라져가는 대구경북 삶의 기록'은 대구경북의 사라지거나 희미해져 가는 생활·문화 등을 기록하는 코너입니다. 처음 전해드린 한양가든, 이번에 소식을 전하는 전통시장 관련한 추억과 사진이 있으신 독자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보도 예정인 가창창작스튜디오·대구시영아파트·동성아트홀과 관련한 특별한 기억과 추억이 있으신 분들의 연락도 기다립니다. 독자여러분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사라라져 가는 삶의 기억들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추억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연락은 이메일(yooni@yeongnam.com)로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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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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