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30414010001886

영남일보TV

동인시영아파트 마지막 관리소장 "그땐 최첨단 아파트…구경하러 온 사람도"

2023-04-22 11:00

[사라져가는 대구경북 삶의 기록] <4>
동인시영아파트 마지막 관리소장 심영초씨 인터뷰

동인시영아파트 마지막 관리소장 그땐 최첨단 아파트…구경하러 온 사람도
지난 12일 동인시영아파트 근처 카페에서 만난 심영초 관리소장이 동인시영아파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추억으로 사라지는 동인시영아파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당시 거주했던 주민을 수소문 끝에 만났다. 동인시영아파트 주민이자 마지막 관리소장이었던 심영초(81)씨는 동인시영아파트가 지어질 당시부터 마지막 모습까지 영남일보 취재진에게 들러줬다.

심 관리소장은 "동인시영아파트가 들어서기 이전인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이 부지에는 수영장이 있었다. 이후 6·25 전쟁 피란을 온 피란민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판자촌이 만들어졌다"면서 "지을 당시 동마다 지어지는 시기에 차이가 있었다. 1~3동이 먼저 만들어지고 4·5동은 시간을 두고 지은 것으로 안다. 4·5동 지을 때 당시 부지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이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동인시영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된 건 자녀들이 출가하고 난 뒤다. 1997년 동인시영아파트를 매매한 심 관리소장은 부부만 남게 되자 4동 53호로 이사를 왔다. 당시 이사 오기 싫다는 아내를 설득해 들어왔다. 심 소장은 "어딘지도 모르고 아파트를 사두었다가 이곳으로 오게 됐다"면서 "집사람이 알레르기가 심했는데 신기하게 동인시영아파트로 이사 후 다 없어졌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할 때 집사람이 더 가기 싫어했다"고 했다.

그가 관리소장을 맡게 된 건 전임 관리소장들이 '자주 바뀌었기' 때문이다. 심 관리소장은 "살다 보니 관리소장들이 자주 바뀌었다. 심할 땐 한 달에 3번이나 사람이 바뀔 때도 있었다"면서 "내가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2012년도에 지원해서 관리소장을 하게 됐다. 마지막 동인시영아파트의 마지막 관리소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동인시영아파트는 준공 당시 '최첨단 아파트'로 이름을 알렸다고 그는 설명했다. 화장실 수도꼭지에 물이 잘 나오고 수세식 화장실이 집 안에 있었던 것이 획기적이었던 것. 심 관리소장은 "수세식 화장실을 보려고 놀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당시 양변기 화장실이 익숙하지 않았다. 입주민 중 수세식 화장실 물이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13평의 좁은 평수임에도 불구하고 세를 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 집에 3가구가 살기도 했다. 방 2개에 세를 놓고 부엌 위에 있는 다락방에도 세를 놓기도 했다"면서 "좁은 공간이었지만 나눠서 살았다"고 했다.

동인시영아파트의 아파트 주민들은 '가족'처럼 지냈다고 한다. 옆집에 누가 살고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는 지 등 같이 공유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심 관리소장은 "가족처럼 같이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는 등 서로 즐겁게 지냈다. 정이 많았다"면서 "여름이 되면 마당에 모여 부채를 부치고 놀면서 한참 늦은 저녁에야 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최첨단 아파트가 낡은 아파트로 되자 전기, 수도 등에 문제가 발생했다. 낡은 아파트다 보니 전기, 수도 등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당시 110V를 사용하던 동인시영아파트에 220V가 들어오니 전기가 터져버리는 것. 그는 "전기의 경우 한국전력공사에서 결국 바꾸긴 했다"면서 "그러나 직수로 바뀌지 못했다. 수도통으로 사용하다 직수로 바꾸자 압력이 커져 개인 집으로 가면 수도관이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결국 그렇게 세월의 변화를 견디지 못한 동인시영아파트는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거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재건축이 이뤄져도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주민들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심 관리소장은 "대구, 부산 등 각지로 사람들이 헤어졌다. 헤어질 당시 다들 많이들 아쉬워했다. 이주 후에도 동인시영아파트를 모습을 보러 찾아오는 주민들도 있다"면서 "거주하던 사람 중 집을 팔고 나간 사람도 있고 경제적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다시 지어지는 아파트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심 관리소장은 '태왕아너스라플란드'로 다시 입주한다. 그는 "예전 동인시영아파트와 같은 면적인 13평으로 입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정지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기획/특집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