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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도시 대구에 있었던 추억의 '홈플러스 1호점' '까르푸'…경제 문제, 현지화 실패 등으로 사라져

2023-08-25 07:32

[사라져가는 대구경북 삶의 기록 시즌2] <1> 홈플러스 1호점·까르푸
'전국 홈플러스 1호점' 북구 칠성동 옛 제일모직 대구공장에 개장
북구 침산동 일때 한 때 마트 격전지로 부상
프랑스 계열 마트 '까르푸' 1998년 동구에 문 열어

소비의 도시 대구에 있었던 추억의 홈플러스 1호점 까르푸…경제 문제, 현지화 실패 등으로 사라져
홈플러스 1호점 전경. <영남일보 DB>
소비의 도시 대구에 있었던 추억의 홈플러스 1호점 까르푸…경제 문제, 현지화 실패 등으로 사라져
지난 2021년 11월 홈플러스 1호점 고별전 모습. <영남일보 DB>
소비의 도시 대구에 있었던 추억의 홈플러스 1호점 까르푸…경제 문제, 현지화 실패 등으로 사라져
홈플러스 1호점 폐점을 앞둔 모습. <영남일보 DB>
소비의 도시 대구에 있었던 추억의 홈플러스 1호점 까르푸…경제 문제, 현지화 실패 등으로 사라져
까르푸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는 '소비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소비중심 도시인 만큼 대구 곳곳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 다양한 대형유통 매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도 다양한 기업의 대형유통 매장들이 있었다. 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경제적' '현지화 실패' 등이다.

홈플러스는 대구에 특별한 기록이 있다. '전국 홈플러스 1호점'을 대구에서 열었던 것이다. 지난 1997년 9월 대구시 북구 칠성동 옛 제일모직 대구공장 일부 부지에 삼성물산이 전국 1호점을 개장했다.

인근 주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홈플러스의 성장도 이어졌다. 인근에는 이마트 칠성점(2002년 개장), 롯데마트 칠성점(2017년 개장)까지 개장하면서 북구 침산동 일대가 대형마트 격전지로 부상하기도 했다. 국내 빅3 대형마트가 한곳에 모두 자리를 잡는 것도 대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홈플러스 1호점에서 쇼핑을 자주했다는 김모(50·여)씨는 "2000년 초반에는 홈플러스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계산을 하려면 최소 30분 이상은 대기해야 했다. 경북에 거주하는 친구들도 주말이면 홈플러스에 장을 보러 왔다"면서 "2017년 롯데마트까지 개장하면서 대형마트 3개가 자리를 잡았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환하게 켜진 마트들의 불을 보면 기분이 좋았던 생각이 난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1호점은 삼성라이온즈 팬들에게도 인기 장소였다. 대구시민운동장과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이다. 홈 경기가 있을 때면 삼성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맥주, 치킨, 과자 등 먹거리를 구매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삼성라이온즈 팬 권용희(37)씨는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주변 마트에서 맥주와 먹거리를 항상 구매했다. 이마트에 사람들이 많은 거 같으면 홈플러스로 넘어가서 장을 봤다"면서 "홈 구장을 수성구로 옮긴 이후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사라졌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던 홈플러스 1호점도 결국 적자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오프라인 유통업 불황과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매출 감소 등 불확실한 사업환경 속에서 폐점을 결정했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 2020년 홈플러스 1호점 매각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 2021년 11월 마지막 고별전으로 홈플러스 1호점의 시계는 멈췄다.

폐점 당시 홈플러스 관계자는 "전국 홈플러스 1호점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계속해서 영업을 유지하는 방법도 고민 했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로 적자 폭이 커지면서 폐점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최근 대표적인 외국 계열 마트는 '코스트코'다. 창고형 형태로 이뤄져 있으며, 대량·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대구에 진출한 외국 계열 마트를 떠올리면 '까르푸'가 있다. 프랑스 계열의 마트였던 까르푸는 지난 1998년 대구 동구 검사동에 '한국까르푸 동촌점'을 개장했다. 국내 진출 5번째 매장으로 지하 3층, 지상 5층 규모로 이뤄졌었다.

엄지영(여·31)씨는 어린 시절 까르푸를 방문했던 기억이 선명하다고 설명했다. 20년 전쯤에 집 앞에 붙은 전단지에서 사고 싶었던 장난감이 할인한다는 것을 보고 부모님을 설득했다는 것. 엄씨는 "부모님께서 책을 읽을 때마다 500원씩을 주기로 해 한달 동안 내내 책을 읽었다. 필요한 비용을 모은 후 부모님과 함께 까르푸를 방문했다"면서 "처음으로 간 까르푸에 사람이 많고 음악 소리가 계속해서 나와 정신없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 높게 있었던 물건을 힘겹게 꺼낸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세월이 더 흐른 뒤 까르푸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난감을 사러 가기 위해 밤새워 책을 읽었던 추억, 매장에서 정신이 없었던 기억, 물건을 구매 후 버스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던 추억들이 한꺼번 떠오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까르푸는 지난 2006년 4월 한국진출 10년 만에 사업을 접고 철수했다. 까르푸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체 현지 사업 방식을 고집했다는 점이다. 매대 높이가 프랑스 인의 체형에 맞춰 한국인에게 지나치게 높던지 서양인 식습관에 맞춰 채소코너가 부실했다는 점 등이다. 더불어 협력업체에 부당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요구하고 소비자 피해 보상도 소홀하게 대처하는 등 각종 논란도 있었다.

직장인 구장호(40)씨는 "까르푸가 처음으로 동구에 오픈했을 때 다녔던 기억이 있다. 주차장에 주차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차안에서 대기했다"면서 "한국에 맞춰 계속해서 발전했다면 지금도 매장을 운영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대구경북의 사라지거나 희미해져가는 생활·문화를 기록하는 '사라져가는 대구경북 삶의 기록'이 재정비를 마친 후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시즌2에서는 유통·문화·명칭의 변화 등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소중한 기억들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제작될 '사라져가는 대구경북 삶의 기록' 현 대구콘서트하우스·구 대구시민회관의 명칭 변경 전후와 관련한 기억이 있으신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또 대구 지역 토종 영화관 브랜드였던 '한일극장' '중앙시네마' '아카테미 극장' 등 영화관과의 추억이 담긴 일화, 대구의 공공의료기관이었던 '적십자병원'과 관련한 기록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자여러분과 함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라져가는 삶의 기억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추억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연락(yooni@yeongnam.com)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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