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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팽창의 시대는 끝났다

2023-03-27

지하철 2호선의 웅장한 교각들
달구벌대로 고가도로 염두
공급과잉 두류정수장 폐쇄
450만 대구인구 예측 실패
대한민국, 팽창의 시대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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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논설실장

지하철 2호선 대구은행역이 집 앞에 있다. 이용할 때마다 2호선은 정말 크고 웅장하게 잘 지었다고 느낀다. 엄청 큰 대리석 모양 기둥들이 줄지어 버티고 있다. 대구은행역만이 아니다. 범어역, 수성구청역도 마찬가지다. 지하 2~3개 층이지만, 실제로는 20m가량 아파트 7~8층 깊이다. 계단으로만 오르기는 힘에 부친다. 아마 이건 전쟁에 대비한 시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쟁 나면 우리 동네 주민들은 지하철역으로 대피하면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긴 평양도 폭격을 염두에 두고 지하 100m에 전철을 깔았다고 했던가.

도시철도 관계자들을 만나 나의 이런 생각을 전하니 웃었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렸다고 했다. 2호선을 그렇게 크게 구축한 것은 20여 년 전 문희갑 시장 당시 2호선 지상, 그러니까 달구벌대로에 고가도로를 놓을 것을 대비해 지하교각을 미리 세우고, 깊숙이 전철을 놓았다고 했다. 도시 인구가 팽창하고 자동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던 시절, 미래를 대비한 구조물이었다는 뜻이다. 물론 고가도로는 없던 일이 됐다.

달서구 두류정수장은 대구시 신청사 부지로 결정돼 있다. 뒤늦게 말이 많다. 4만5천 평 부지의 절반을 팔아 그 재원으로 청사를 짓자는 방안에 찬반이 엇갈린다. 두류정수장은 1970년대 만들어졌다. 대구시민의 수돗물을 책임지던 곳이다. 낙동강 문산정수장이 2009년 완공되면서 공급과잉 시설로 폐쇄돼 10여 년 방치돼 왔다.

지하철의 웅장한 기둥, 두류정수장의 폐쇄는 미래 도시계획의 착오 탓이다. 핵심은 인구다. 당시에는 지금쯤 대구 인구가 236만 명이 아닌 450만명쯤 될 것으로 예측했다. 완전 빗나갔다. 국가정책도 인구통계 추이의 잘못된 예단에서 작금의 난맥상을 노출하는 것과 똑같다. 하긴 이해할 법하다. 대구는 1980년대 100만명 돌파를 자축했고, 인구는 그냥 자연발생적으로 불어나는 것으로 알았다. 도로와 지하철, 정수장은 무조건 넓히고 늘려야 한다고 믿었다.

올 연초 홍준표 시장이 주관한 대구시 신년교례회에서 강은희 시교육감이 연단에 올라 인사말을 했다. 교육감은 한숨부터 지었다. 올해 초등 1학년 입학 아동이 2만4천 명인데 10여 년 전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고 했다. 설상가상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입학할 6년 뒤, 또다시 반토막이 난단다. 지난해 대구시 출생아는 불과 1만100명이다. 반토막의 반토막이 도래한다. 애를 안 낳는 나라 순으로 보면 한국은 세계 1등이다. 출산율 0.76의 대구는 그중에서도 1등을 다투는 도시다.

대한민국은 팽창의 시대를 살았다. 압축성장의 신화다. 인구도 경제도, 도로와 지하철도, 학교도 쉼 없이 늘었다. 모두 열심히 달려왔다. 대신 우린 고밀도의 공간을 자초했다. 서울의 콩나물지하철이 상징이다. 오죽했으면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이 떠밀려 수백 명이 압사하는가. 이제 그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엄습함이 밀려온다. 어쩌면 대구와 같은 대도시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구상을 해야 할지 모른다. 50년 뒤 인구 150만명의 대구, 인구 3천만 대한민국은 통계 곡선이 됐다.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있다. 도로를 줄여 자전거, 산책길로 만들 그런 창의적 구상이 요구된다. 삶의 질을 향한 연착륙이다. 팽창의 대구가 아닌 '똑똑하고 여유로운, 스마트한 도시 대구'를 그려봐야 할 시대가 왔다. 팽창의 시대는 끝났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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