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 문학' 통해 인간다운 삶 탐구
구자명 작가 연작 묶어낸 장편소설
존재론적·방법론적 질문 파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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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명의 연작 장편 '건달바 지대평'은 정해진 길을 거부하며 살아가는 건달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삶의 존재론적·방법론적 질문을 파고든다. |
작가는 한국시단의 거목 시인 구상의 외동딸이다.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예술가형 인간'들을 자주 보고 자랐다. 작가는 "그들이 자신의 예술에 골몰한 나머지 외양적으론 건달과도 같은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자주 접했다"며 "그들과 비슷한 과(科)로 분류될 만한 철학자형 또는 종교가형을 근거리에서 살펴볼 기회 또한 적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별나다고만 생각했던 그들이 나와 별다른 존재가 아니며 그들과 함께할 때 가장 나다운 나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이번 소설이 '건달의, 건달에 의한, 건달을 위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소설은 정해진 길을 거부하며 살아가는 건달의 이야기다. 주인공 지대평은 자칭 건달이다. 비명횡사한 아버지와 과로사한 형의 죽음을 지켜보며 "기를 쓰고 성취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의 인생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힘들게 해야 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살겠다"고 결심한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건달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간다. 스스로 규정된 삶을 거부하고 건달의 삶을 고집한다.
소설은 바로 지대평이 자신의 의지로 건달의 삶을 선택하게 된 배경과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 맺고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나름의 건달 철학을 형성해 나가는 그를 섬세하게 그린다. 이 소설이 '건달 문학'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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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명 지음/나무와숲/312쪽/1만6천원 |
정과리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우리는 건달의 문학사를 쓸 수 있을 만큼 저 옛날부터 건달에 관한 숱한 일화를 만날 수 있다. 디오게네스를 비롯해 거지·교수였던 토마스 플라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속 '희랍인 조르바', 혹은 박태원의 '구보씨', 소설과 실존을 한꺼번에 구현한 이상(李箱), 건달의 어원에 해당하는 힌두교와 불교에 등장하는 '건달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 가상과 실존에 관계없이 수많은 건달형 인물이 인간 정신의 파노라마 위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한없이 되풀이해 왔다"며 "그들은 모두가 그 나름대로 진실하고 핍진한 건달의 삶을 보여주었다. 구자명의 소설은 어쩌면 건달 철학을 개똥철학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서 고안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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