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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골목 상권'은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잠시 부침을 겪으면서 골목 성격이 바뀌어 가는 과정입니다. 상권이 진화하는 겁니다."
'골목길 경제학자'란 별명을 가진 모종린(61)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골목 상권의 변화를 쇠퇴로 규정해선 결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 대표상권인 '홍대 앞'은 인디(독립) 창작자들이 모이면서 형태를 갖췄다. 이후 소상공인, 디자인·패션의 메카로 옮겨갔다. 그러면서 팝업 스토어 문화나 각종 인디 브랜드를 탄생시켜 전국으로 퍼뜨렸다.
모 교수는 상권의 정의부터 새롭게 정립한다. 상인들이 생각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상권이 '사고파는 행위'에 국한된다면 요즘 소비자들은 '문화경험 장소'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더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쇠퇴'가 아닌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현재 골목 상권 현상은 콘텐츠 중심 크리에이터 경제의 일부다. 크리에이터들이 새 콘텐츠를 만들어 사업을 하면서 동네가 특색을 갖춘다"며 "소비자는 이 곳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서비스를 경험하고 식당 분위기, 음악, 인테리어, 운영자의 감성적 철학까지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모 교수는 "앞서가는 상권은 처음엔 음식점 중심으로 형성된다. 카페·베이커리·독립서점·게스트하우스가 주요 콘텐츠다. 음식점도 흔한 종류가 아니라 특이한 외국 음식을 파는 곳들이 생긴다. 이것이 첫 단계"라며 "다음 단계로 가면 커뮤니티 비즈니스 성격의 문화 산업이 들어가는 데 편집숍이나 로컬 매거진, 복합문화공간, 살롱 등에서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는 이들이 발생한다. 대기업과 경쟁해 동네 전체 자원을 동원하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골목 상권이 부흥해 사람들이 모이면 궁극적으로 크리에이터 가게뿐 아니라 주변 소상공인에게도 유리한 생태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대표적 생태계가 바로 홍대 앞인 셈이다.
그는 앞으로도 골목 상권 확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확신했다. 다만, 골목 상권을 여전히 생계형 소상공인의 유통 활동 장소로 인식하는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엔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가 임의로 골목 상권을 만들수는 없다. 대구도 과거 제조업이나 전통적 상행위 중심 사고에 갇혀 있으니 자꾸 시설을 새롭게 하고, 소상공인 복지차원의 지원책만 내놓는다"며 "대구는 교동, 대봉동, 봉산동, 삼덕동 등 크리에이터 상권과 소상공인들이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 저력이 충분하다. 문화 시설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해 상권을 연결하고,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형성을 돕는 등 복합적인 방향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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