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이 43회를 맞았다. 1972년부터 매년 4월 20일 ‘재활의 날’이라 정하고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기념일은 민간 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것이었고, 1981년 국가에서 ‘장애인의 날’로 정했다.
장애인이란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뜻한다. 신체적 장애인 중 특히 척수 장애인은 중도 장애인이 많다.
한국장애인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의 90% 이상이 중도에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경우라고 한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평범한 날 아무도 예측하지 못 한 사고로 장애가 찾아왔을 경우, 당사자와 가족이 겪게 될 심리적인 고통과 일상의 어려움은 선천적 장애와는 또 다른 더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반인에서 장애인이 되기까지 우선 스스로 장애를 인정하기까지도 많은 고통과 시간이 소요 된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될 우울과 좌절, 스트레스는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가족들 또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장애인이 된 가족을 돌봐야 하는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대표적인 중도장애인은 교통사고와, 추락 등 각종 외상으로 인한 신경 손상으로 하반신 마비 같은 중증 중복장애를 가지게 된다.
일상에서 갑자기 닥친 불행은 어느 특정인에게만 다가오는 정해진 수순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다. 1992년 25세 때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입고 중도 장애인이 된 장종욱 대구시 장애인 배드민턴협회장이 장애를 극복하고, ‘휠체어와 함께 신바람 나는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는 일상을 동행 취재했다.
장 회장은 환한 웃음으로 취재진을 맞이하며, 가장 먼저 부인 이미영 씨를 소개한다. 부인 이미영 씨도 안경광학을 전공하고 안경사로 일하고 있던 1991년 12월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입었다.
두 사람은 1996년 원목 소품 및 가톨릭 종교용품을 주로 제작하는 디자인 목공예 업체를 시작하고, 마침내 1999년에는 결혼을 하게 된다. 연인에서 동업자로 발전해 인생의 반려자가 된 것이다.
이미영 씨는 제18회 대구시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으며,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기념품을 제작하기도 한 묵주 조립 매듭의 일인자이다.
부부는 교통사고로 인해 중도 장애인 되면서 크고도 같은 아픔을 딛고 혼자가 아닌 ‘우리는 함께’라는 생각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나보다는 조금 더 불편한 친구를 위한다면, 장애라는 말은 그냥 단어일 뿐”이라며, 일반인도 여러 가지 핑계로 도전하기 어려운 다육식물 재배, 배드민턴, 바이크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장 회장이 안내한 경산의 어느 한적한 시골 동네에 마련된 부부의 하얀 러브하우스에는 결코 작지 않은 텃밭에 복숭아나무가 가지런히 심겨 있다. 마당에는 봄을 알리는 분홍빛 진달래가 피어있고,마치 취재진을 반기듯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장 회장은 부부가 키운다는 다육식물, 함께 도로를 달리는 바이크와 헬멧, 부모님의 스포츠댄스 취미를 위한 대형거울과 배드민턴 네트가 설치된 별채까지 집 안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정리 정돈이 잘 된 집안 곳곳에는 휠체어 이동이 수월한 내림 막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어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본 후 부부가 함께 일하고 있는 일터로 향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장 회장은 고사리를 캐러 다니시는 부모님 이야기, 장애인의 날을 맞아 공장에서 작업하고 있는 직원들과 함께 먹기 위해 특별 간식으로 시킨 핫도그를 주제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렇게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부부의 일터에는 수십 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열심히 일하고 있다. 디자인 목공예 회사답게 도착하자 제일 먼저 쌓여있는 목재들이 눈에 띈다. 장 회장은 목재를 보며 “독일 수입품으로 최근 세 배의 가격이 올라 힘들다”라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회사 내부에는 목재를 재단하는 직원, 광택제를 분사하고 있는 직원들, 작은 부속과 소품까지도 정밀히 만들어 내는 기계들이 소음과 먼지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층에는 묵주를 꿰고 있는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고 있다.
장 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많은 영업 손실이 있었으나 지금은 주문이 너무 밀렸다"며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고 디자인 작업에 몰두한다. 그렇게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던 직원들이 늦은 오후가 되자 갑자기 더 분주해진다.
전국에 있는 고객들에게 보낼 상품을 포장하고, 택배를 내보내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는 바로 퇴근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장 회장의 부인인 이미영 실장이 더 바빠진다.
상품에 가격표를 붙이고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를 내어 포장한다. 이들이 하루 종일 만들어 낸 제품이 택배기사의 손에 옮겨지며, 부부의 고난 겪었던 하루 노동의 끝을 맺는다.
2편에서는 장 회장 부부가 여가에 즐기는 배드민턴 운동 등 취미 생활이 이어진다.
한유정기자 kk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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