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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낙동강 조류와 대구 수돗물

2023-06-01

[기고] 낙동강 조류와 대구 수돗물
신상희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장)

녹조라테. 이맘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다. 조류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모든 강과 호수에 다 있다. 조류는 공기 중이나 플라스틱 등 다양한 매질에서 살 수 있지만 가장 많게는 물에서 산다. 낙동강에서 사계절 내내 가장 많이 존재하는 조류는 규조류이며, 늦봄부터 녹조류와 남조류가 많아지기 시작해 여름이 되면 이 세 가지가 비슷한 비율로 존재한다.

조류의 종류와 양은 수환경에 따라 매년 변화가 크지만 여름철 낙동강을 녹조라테로 만드는 것은 남조류다. 수온이 높을 때 번성하는 남조류는 대부분이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한 번 생기면 꽃이 피듯 순식간에 많아지고, 또 함께 붙어서 수표면 위에 떠 있어 물을 녹색으로 만든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물에서 곰팡이 냄새와 풀 냄새를 유발하고, 죽을 때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는 독소까지 내는 나쁜 조류다.

이 같은 조류는 수돗물 생산에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유발한다. 첫째, 정수과정에서 응집을 방해하고 여과지를 폐색시키는 등 수처리에 어려움을 준다. 둘째, 인체에 무해하지만 불쾌감을 주는 '맛·냄새물질'(지오즈민, 2-엠아이비)을 생산한다. 이 물질은 1조 분의 1 농도, 즉 극미량에도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며 일반적인 표준 정수처리공정으로는 제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인체에 유해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생성한다. 다행히도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수표면에 몰려 있어 수표면 5~6m 아래에서 취수하는 대구 정수장에 마이크로시스티스가 유입되는 양은 표면 대비 3% 정도에 불과하다. 오히려 정수처리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봄가을에 유입되는 크기가 큰 규조류다.

대구 수돗물에서는 맛·냄새물질도 검출되지 않는다. 낙동강을 원수로 사용하는 매곡·문산 정수장 모두 '응집·침전·여과·소독'의 표준 정수처리 외에 '전오존-후오존-활성탄흡착'의 고도 정수처리를 하기 때문이다. 인체에 유해한 조류독소의 경우 표준 정수처리 공정(응집·침전·여과 90~95% 제거, 염소소독 100% 제거)만으로도 잘 제거되는데, 오존과 활성탄의 고도 정수처리까지 거치면 이중으로 안전성이 보장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정수처리기준'에서 소독능(미생물을 적절히 사멸할 수 있는 능력)을 만족시키도록 염소소독을 해 왔고, 고도 정수처리시설이 없는 정수장에서도 수돗물에서 조류독소가 검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강정고령보에서 조류경보가 발령된 날은 126일로, 2021년(84일)에 비해 50% 증가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며, 고온으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구는 많은 수돗물 사고를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정수처리시설을 고도화했고, 그 덕분에 수돗물을 생산하는 정수공정으로는 최고의 처리시설을 갖추게 됐다. 게다가 축적된 경험으로 사고에 대한 대처능력은 전국에서 가장 뛰어나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는 1991년 설립된 이래 먹는물 검사기관(1992년), 바이러스 검사기관(2004년), 원생동물 검사기관(2005년), 노로바이러스 조사기관(2009년), KOLAS 국제공인시험기관(2020년) 등 모든 먹는물 검사기관으로부터 공인인정을 받은 최고의 수질분석 전문기관이다. 이곳에서 분석한 수질검사 결과는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15년가량 답보상태였던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가 지난해 민선 8기 출범 후 '맑은물하이웨이 사업' 추진으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수질사고에 대한 대구시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 주고 그간의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깨끗한 수돗물에 대한 희망'으로 실현하는 일만 남게 됐다.

신상희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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