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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오의 한국현재사] 그들은 왜 백정들을 공격했나?

2023-05-26

낮은 계층으로 여겼던 백정
형평운동으로 동질화되자
100년전 농민들 형평사 공격
남을 차별하고 있지 않은지
늘 조심하고 반성 자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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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

100년 전인 1923년 5월20일, 대구에 형평사 경북 지사가 설립되었습니다. 형평사는 경남 진주에서 4월25일 백정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해 달라는 취지로 창립한 단체인데요. 1894년 갑오개혁에 의해 노비제가 폐지되었지만, 이때까지도 백정들은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대구는 전국적으로 사회운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지사가 설립될 수 있었지요.

그런데 반 형평운동도 곧이어 나타나게 됩니다. 진주에서는 5월24일 농민단체들이 모여 형평사를 공격하고, 백정이 아님에도 형평사를 돕는 사람들을 '새 백정'이라고 매도했지요. 그들은 백정 가게에 대한 소고기 불매운동을 벌였으며, 거기서 구입한 식당까지도 배척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당시 경북은 전국에서 백정 출신이 가장 많이 살고 있던 지역이었으며, 차별도 가장 심했다는 통계가 있어요. 따라서 형평운동에 대한 호응이 가장 활발하게 나타났지만, 오히려 반 형평운동이 가장 많이 일어났던 곳도 경북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예천에서 1925년 8월 전국적으로 가장 격렬했던 반 형평 사건이 일어나는데요.

8월9일 밤부터 수백 명의 군중들이 형평사 예천 분사에 돌입하여 시설을 때려 부수고 임원들을 구타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양측이 충돌하여 많은 부상자를 발생시켰고, 군중들은 형평사를 지원하던 신흥청년회도 새 백정으로 간주하여 습격하였어요. 심지어 형평사에 가입한 백정들의 집까지 공격해서 그 가족들은 집을 떠나 들판에서 밤을 새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백정들을 공격했던 대부분은 30대 초반의 하급 노동자거나 자·소작농이었다고 해요. 사회적으로 같은 기층민중에 속하는 사람들이 예천 형평분사를 공격하는데 가담한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백정에 대한 차별의식이 있거나 형평운동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폭력 행동을 동반하지는 않아요.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백정 출신들이 자신들에게 '군, 자네'라는 말을 사용하여 불만이 높았다고 합니다. 형평사에 입사하면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지요. 사실 백정들은 오랫동안 정치적·사회적 차별을 받았지만,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더 나은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자신보다 낮은 계층이라고 생각했던 백정이 형평운동을 통해 자신들과 동질화되거나 심지어 자신들이 하향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인데요. 불합리한 현실과 마주했을 때, 사람들의 분노는 자신들보다 강한 사람보다 약한 집단에게 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그 대상이 오랫동안 멸시해왔던 존재라면 그쪽으로 분노가 향하기 쉽겠지요.

당시 동아일보는 1925년 8월26일 '논설'을 통해서 농민들을 나무라고 있습니다. 형평사원이나 농민은 같이 슬픔을 받은 처지이자 해방운동의 길을 서로 도와야 할 처지인데, 서로 싸움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어요. 따라서 과거부터 이어져 온 인습적 감정에 지배되어 형평사원을 공격했다면 자신들의 무지를 강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당할 때는 분노하지만, 알게 모르게 소수자와 약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요. 항상 자신은 억울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것을 '반성 없는 피해 의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차별과 혐오를 하고 있지 않은지 늘 조심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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