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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박규완 칼럼] 정치 블랙홀

2023-06-08

'타다 금지법' 혁신에 제동
총선 의식 전기료 찔끔 인상
송·변전망 투자 축소도 난감
공공기관 이전 수상한 변심
정치가 균형발전 훼방 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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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1.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운전기사 딸린 11~15인승 승합차 대여'라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예외조항에 착안한 '타다' 차량호출 서비스는 그렇게 무산됐다. "사실상 콜택시"라며 반발한 20만 택시기사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일까.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과 야당 미래통합당 모두 당론으로 '타다 금지법'에 찬성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달 1일 여객운수법 위반으로 고발된 '타다' 경영진과 법인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타다'의 승소는 국회의 패소"라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뒤늦게 반성문을 쓰면 뭐하나. '타다' 영업을 재개할 수도 없는데. '타다'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전 대표는 대법원 무죄 확정 후 "정치가 혁신을 주저앉혔다"고 토로했다. 왜 정치가 혁신을 가로막나.

#2. 정부가 지난달 전기료를 ㎾h당 8원 인상했다. 이마저 서민들에겐 부담이겠으나 천문학적 한전 적자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1분기 한전의 ㎾h당 전력 구입단가는 174원, 판매단가는 146.6원이다.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2021년부터 올 1분기까지 한전의 누적적자는 45조원이다. 그럼에도 왜 소폭 인상에 그쳤을까. 정치권의 과도한 간섭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3월 말 여론 수렴 필요성과 한전 자구 노력을 내세우며 전기료 인상을 보류했고, 5월에도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인상 최소화를 주도했다. 욕하면서 따라 한다더니 전 정부에 버금가는 포퓰리즘이다.

한전의 자구책도 난감한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송·변전망 건설을 늦춰 2026년까지 1조3천억원을 절감하겠다지만, 전력망 투자축소는 전력 품질 및 안전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기공급 능력이 떨어지거나 대정전을 유발할 수도 있다. 6천500여 중소 협력사의 생존이 달린 전력 생태계는 또 어떡하나.

자꾸 회피할 계제가 아니다. 총선 의식하지 말고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전기료 인상 외에 한전 경영을 정상화할 묘책은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고언을 곱씹어볼 만하다.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한전 적자가 커져 금융시장에 한전채가 나오고, 에너지 소비가 확대돼 무역적자가 커짐으로써 환율에도 영향을 준다." 시장경제는 윤석열 정부가 신줏단지처럼 떠받드는 테제 아닌가. 전기료도 시장 논리에 맡겨라. 왜 정치가 시장에 개입하나.

#3.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도 요상하다. 7월 중 이전 기준과 원칙, 대상 공공기관을 밝히겠다던 국토교통부의 변심이 수상쩍다. 7월 발표는 어렵겠단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멘트에 '불편한 진실'이 녹아있다. "총선 같은 정치 이벤트는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 표심과 직결된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공개를 부담스러워하는 정부여당의 속내가 읽힌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우 위원장은 "연내 공공기관 2차 이전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긴 총선과 엮이면 선거 공약에 따른 지역 갈등이 분출될 개연성이 다분하다. 그렇다고 공공기관 2차 이전 일정을 총선 후로 연기한다? 혼란을 확산할 가장 나쁜 시나리오다. 500여 개로 거론되던 이전 대상 공공기관 수가 급작스레 줄어든 서사도 의뭉스럽다. 왜 정치가 공공기관 이전에 관여하나.

정치가 혁신에 제동을 걸고 시장 흐름의 물꼬를 막고 균형발전을 훼방 놓는 꼴이다. 정치가 정책을 덮치는 형국이다. 이를테면 정치 블랙홀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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