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배출 ZERO' 제로웨이스트샵 가보니
대구 '베네인' 고체치약·대나무칫솔 등 판매
다회용기 가져와 세제 담아갈 수도
더쓸모사회적협동조합 "나비효과 첫 날갯짓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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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12시쯤 대구 중구 동인동 제로웨이스트샵 '더 커먼'에서 한 시민이 샴푸를 가지고 온 다회용기에 담아 구매하고 있다. 박지현 수습기자 lozpjh@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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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샵 '베네인'은 나무의 천연 성질을 살려만든 CXP 식기를 판매하고 있다. 박지현 수습기자 lozpjh@yeongnam.com |
올여름 유례없는 극한의 집중호우와 불볕더위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분석됐다. 이상기후는 쓰레기 분리 배출 등 환경을 살리는 일상 속 작은 실천과도 무관치 않다. 생활 속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폐기물 배출 제로) 샵 '베네인'. 20대 커플에서부터 신부와 수녀까지 일상 속 작은 변화를 위해 가게를 찾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20대 커플은 각자 텀블러를 지참해 주문한 비건 음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에선 신부와 수녀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체 치약과 나무를 재활용한 CXP그릇 등을 구매했다. 베네인은 툿찡포교베네딕트 대구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 샵이자 카페로 작년 7월 오픈했다.
베네인에서 만난 대학생 전민주(여·23·달서구)씨는 "일반 카페에 가면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데 최근 환경이나 기후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작은 것부터 바꿔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베네인에서는 면 100% 양말·손수건, 고체 치약, 대나무 칫솔, 샴푸블록 등 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고 재활용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팔고 있다. 본인이 가지고 온 다회 용기에 주방세제와 세탁 세제를 담아갈 수도 있다. 네팔의 공정무역단체와 협력해 네팔 여성들이 직접 만든 수제 필통을 판매하면서 이들의 사회활동도 돕고 있다.
베네인을 운영하는 기여호수아 수녀는 "제품을 만들고 유통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사용해 주변으로 선한 영향력을 뻗어 나가길 바란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대표적인 제로웨이스트 샵 '더 커먼'은 비건카페도 함께 운영 중이다. 3일 낮 12시쯤 더 커먼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미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비건 음식을 주문하는가 하면,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더 커먼 내부에는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상품뿐만 아니라 샴푸, 화장품, 바디워시 등을 개인이 가지고 온 용기에 담아 가져갈 수 있는 리필존도 눈길을 끌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여러 향신료, 식재료 등을 원하는 만큼 소분해 가져가는 공간도 주목을 받았다.
더 커먼을 처음 방문했다는 마야(여·22·미국)씨는 "한국인 친구가 추천해줘서 이곳을 찾게 됐다. 미국은 한국만큼 일회용품이나 재활용에 대한 규제가 강하지 않아 이런 가게가 생소하다"며 "제로웨이스트 샵을 직접 와보니 신기하고 그 취지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연희 더쓸모사회적협동조합 교육이사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기후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어 이전의 방식으로는 대비할 수 없다. 제로웨이스트가 지금의 환경·기후 문제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면서도 "내 삶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동참하다 보면 다음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된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나비효과의 첫 날갯짓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shineast@yeongnam.com
박지현 수습기자 lozph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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