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수순 '메가시티' 재시동
4·10 총선에 국힘·민주 사활
'지르고 보는' 공약 넘쳐나
간병비 급여화 15조원 소요
실현 가능성 면밀 검증해야
논설위원 |
# "목련 피는 봄 오면 서울 편입"
수도권 표심이 간절했나 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김포시를 찾아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구리 등을 서울로 편입시키는 '메가 시티' 구상은 지난해 10월30일 김기현 대표가 발표하며 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은 뉴시티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김포와 구리를 편입하는 두 개의 특별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뉴시티 특위는 지난해 12월19일 활동을 종료했고 특별법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걸 재활용하겠다? 꽃피는 봄까지 성과를 낸다? 실현 가능하겠나. 김포 서울 편입은 국회 입법 사안인 데다 국민의힘 당내 일각의 반대 의견이 만만찮다. 선거용 정치공학을 감성적 언어로 포장한 느낌이다. 한 위원장은 경기도 분도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김포·구리·남양주 등 주요 도시를 빼면 경기북도는 쭉정이 신세로 전락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둥근 사각형 같은 정책"이라며 형용모순의 상황을 비꼬았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단 선거철에만. 고령층 표심을 겨냥한 '실버 공약'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정부여당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방안을 제시하자 민주당은 이에 더해 '경로당 주 5일 무상점심'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다시 무상점심을 주 7일까지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재정이다.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연간 최대 15조원의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올해 적자로 돌아서는 건보 재정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양당이 '실버 공약'에 목매는 까닭은 따로 있다. 4·10 총선에서 투표 가능한 18세 이상 인구 4천436만명 중 60대 이상이 1천395만명(31.4%)으로 20·30대 1천277만명(28.8%)을 앞질렀다.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민주 양당의 사활이 걸렸다. 일단 '지르고 보는' 공약이 넘쳐나는 이유다. 예컨대 민주당의 '결혼·출산·양육 패키지' 저출생 대책엔 한 해 28조원이 들어가야 한다.
# 단골공약 도심 철도 지하화
지난달 25일 정부가 '교통분야 3대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과 신설, 철도 지하화 등에 13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원대한 복안이다. 도심 철도 지하화는 선거철 단골공약이다. 이번에는 현실화할 수 있을까. 변수는 천문학적 비용이다. 정부는 철도 지하화 사업비를 65조원, 민주당은 80조원으로 추산한다. 민자 유치로 이 돈을 마련해야 한다. 지상 개발의 수익성이 관건인데 역 주변을 제외하면 거의 선형 부지다. 비수도권에서 민자 조달 방식의 철도 지하화는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 유권자 리터러시 키워야
맹랑한 공약에 유권자들이 농락만 당할 순 없다. 공약·정책에 대한 리터러시를 키워야 한다. 이를테면 '지르고 보는' 공약 대처법이다. 검증 키워드는 '실현 가능성'. 재원조달 방안을 면밀히 살피고 법 개정 사안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선거철 단골공약도 경계해야 한다. 구체적 재원 대책이 없다면 사탕발림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크다. 법 개정이 필요한 공약은 여야 합의가 필수다. '재건축 패스트트랙'만 해도 도시정비법·주택법 등 10여 개 법안을 고쳐야 순항할 수 있다. 금방 실현되는 양 들뜰 일이 아니다.논설위원
박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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