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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의대 'N수' 권하는 사회…"획일화된 사회구조·가치관 바꿔야"

2024-02-09

역대급 의대 증원에 폭발적 관심

지역 입시학원 20~30% 문의 폭증

"양질 일자리 부족·사회불안 탓"

전문가, 다양성 숨쉬는 사회 강조

[뉴스분석] 의대 N수 권하는 사회…획일화된 사회구조·가치관 바꿔야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이 발표되자 의대 입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원가엔 '의대 N수' 문의가 늘었다. 사진은 7일 대구 수성구 한 입시학원 앞을 지나가는 학생의 모습.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소식이 전해진 후 그야말로 '의대 광풍'이 몰아칠 분위기다. 한동안 의대 쏠림 현상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교육·입시계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인식 변화가 없는 이상, 특정 학과·직업에 대한 지나친 쏠림 현상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지난 6일 올해 고3 학생이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린다고 발표하자 '의대 입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의대 열풍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입시학원에는 벌써부터 의대 입시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학원들은 입시 설명회에 나섰다. 종로학원은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의대 준비생이 2024학년도 9천543명(추정)에서 2025학년도에는 1만5천851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의대 준비생이 6천명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 한 입시학원도 정부 발표 이후 갑자기 의대 입시 관련 문의가 20~30%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상에서도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이어졌다.

학원가에서 꼽는 이번 설 연휴 입시 관련 최대 이슈는 단연 '의대 정원 확대'다. 그래서 설 연휴 동안 의대 진학을 위한 반수·N수 여부를 고민한 뒤 결심을 굳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역 입시학원 한 관계자는 "설 연휴 직전에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발표되면서 연휴 동안 가족과 진지하게 의논한 뒤 의대 도전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상위권 대학 이공계열 학생 등이 특히 고민할 것"이라며 "연휴 이후 의대 입시 관련 상담이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왜 이토록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이공계열 학과를 나와 최근 취업에 성공한 한 20대 직장인은 "의사는 자격증을 기반으로 한 직업이다. 아무리 괜찮은 직장도 언제까지 안정을 보장해줄지 알 수 없으니 의사라는 직업에 너도나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며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니 생기는 문제"라고 했다.

대구의 한 중학생 학부모는 "과거 IMF 사태를 겪은 이후 교사, 공무원 등 안정된 직종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린 것처럼, 우리 사회의 의대 선호도 그 비슷한 이유로 보인다"며 "결국 '먹고사는 것'의 문제로, 사회 구조와 분위기상 인재가 의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다른 쪽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으니 모두 비슷한 것을 갈망한다"고 말했다.

'의대 쏠림' 현상에 교육·입시계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한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의대 정원 확대가 입시·사회에 미치는 영향, 의대 쏠림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를 장단기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 이공계 학생이 의대 진학을 위해 계속 이탈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의대 열풍'도 조금씩 수그러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구의 한 입시전문가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해 이공계 우수 학생 이탈 등 한동안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의사 수가 많아지면 그 영향으로 직업에 대한 인기가 떨어질 수 있고, 이공계 우수 자원 유치를 위한 획기적인 유인책이 병행되면 의대 열풍도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특정직업에 사람들이 지나칠 정도로 몰려드는 현상은 그 사회가 가지는 불안과 모순을 반영한다.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이후 더 거세진 의대 열풍의 이면에도 그런 불안과 획일화된 가치관 등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며 "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진단하고, 우리 사회를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건강한 사회로 돌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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