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이공계열 학과 미등록 현상 '의대 열풍' 추정
이공계 연쇄 이동 불가피, 의대 정원 확대로 가속화
"우수 학생 충원 어려운데" 대구경북권 대학 영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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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06년 이후 3천 58명으로 동결됐던 전국 의대 정원이 19년만에 5천 58명으로 증원될 예정이다. 영남일보DB |
2024학년도 대입 정시에서 이른바 '스카이(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 이공계열 상위권 학과 합격생들이 무더기로 미등록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의과대학 등에 중복 합격한 데 따른 것으로, 대구경북권 대학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14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대입 정시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열 학과 입학생들의 미등록률이 증가세를 보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등록 포기율은 25.9%로, 지난해 7.4%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첫 선발한 서울대 첨단융합학부에서도 6명의 미등록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의예과는 단 한 명의 미등록도 발생하지 않았다.
연세대와 고려대에서는 대기업연계 반도체, 첨단학과 정시 최초합격 미등록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정시 최초합격자 미등록률은 92.0%로 지난해(70.0%)보다 증가세를 보였다.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 정시 최초합격자 미등록률도 70.0%로, 지난해(16.7%) 대비 급증했다.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65.0%(지난해 36.4%), 반도체공학과 50.0%(지난해 18.2%)의 미등록률도 크게 증가했다.
종로학원은 서울대 이공계열 상위권 학과의 경우 의대 동시 합격의 영향으로, 연고대 이공계열 학과는 의대 혹은 서울대 등에 중복 합격함에 따라 미등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기업 취업이 사실상 보장되는 계약학과를 비롯한 SKY 이공계열 상위권 학과에서 발생한 미등록 증가 현상은 지역 대학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올해 고3 학생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학 입학부터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서, 이공계 학생들의 연쇄 이동 및 이탈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각 대학의 추가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면, 이공계 대학·학과별 학생들의 연쇄 이동 현상이 불 보듯 뻔하다"라며 "당장 의대 정원 증원 발표의 영향으로 대학에 최초 및 추가 합격하더라도 의대 입시를 위해 다시 반수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SKY 대학 이공계열 상위권 학과에서 최초 합격자들이 의대 중복 합격 등의 영향으로 대거 이탈하면, 지역대학도 여러 측면에서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추가 합격 등의 요인으로 지역대학을 포기하고 SKY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 수 있다. 이공계열 합격선도 연쇄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의대 정원 확대 초반에는 그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구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가뜩이나 학령인구가 줄어 우수 학생 충원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서울지역 대학 상위권 학과 미등록 상황을 지역대학에서도 예민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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