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성보학교, 특수학교의 일상 '그냥, 우리 학교 이야기'
학생 자신·학교 생활 그린 작품에 특수교사들 글 엮어 내
능인고, 시 창작 수업 결과 모은 '우리들의 시 창작 교실'
고등학생의 시선과 시각으로 빚은 반짝이는 시 80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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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성보학교 학생들의 그림과 교사들의 글을 함께 묶어 펴낸 책에 나오는 작품. <이수현 교사 제공> |
최근 대구의 학교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연이어 발간해 눈길을 끈다. 한 권은 특수학교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교사들이 글로 풀어낸 '그림책'이고, 또 다른 한 권은 학생들이 각자 개성을 담아 쓴 시를 모은 '시 창작집'이다.
◆대구성보학교, '그냥, 우리 학교 이야기'
보라색 셔츠를 입고 안경을 쓴 한 친구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다. 앞에는 몇 개의 그림과 단어가 놓여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친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그림 옆에는 '소리 나지 않는 말'이라는 제목으로 한 편의 글이 적혀 있다.
"나는 그림으로, 손짓으로 꾹꾹 눌러내는 말을 배우고 있어요/ 마음 가득 담겨 있었지만 뱉어낼 수 없었던 말/ '좋아요'/ 나는 오늘 느릿- 느릿- 카드를 골라내어 선생님께 이야기했어요…" ('소리 나지 않는 말' 중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이 '보완대체 의사소통'(말이나 글로는 의사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담은 그림과 글이다.
대구성보학교는 특수학교의 일상을 담은 그림책인 '그냥, 우리 학교 이야기'(도서출판 달구북)를 출판했다.
책은 교내 미술동아리 '락서꾸러미'에서 학생들이 자신과 특수학교의 일상을 그린 작품에다 특수교사들의 글을 함께 엮어낸 것이다.
'그냥, 우리 학교 이야기'는 현장체험 학습, 교과 수업, 예술제 등 비장애학교와 다를 바 없는 특수학교의 일상과 특수교육 고유 분야인 '보완대체 의사소통' '보행로봇 재활훈련' 등의 특별한 장면을 통해 '특별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특수학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책은 각종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수익금은 대구시 인재육성장학재단과 대구성보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돼 교육 소외계층과 장애학생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책을 엮은 이수현 교사는 "우리 학교와 학생들을 친근하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책을 펴냈다. 특수학교 학생들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따뜻하게 전해져 이 이야기들이 내 친구·이웃의 이야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경렬 교장은 "'그냥, 우리 학교 이야기' 발간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숨겨진 재능과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더 나아가 문화예술 분야의 진로와 연결돼 자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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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능인고 학생들이 시 창작집 '우리들의 시 창작 교실'을 읽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
◆능인고, '우리들의 시 창작 교실'
능인고등학교는 '시 창작' 수업의 결과물들을 모아 시 창작집 '우리들의 시 창작 교실'(학이사)을 발간했다.
2021년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지정된 능인고는 2학년 예술 교과군에 시 창작 과목을 편성·운영하고 있으며, 2022학년도 56명, 2023학년도 33명이 수강하는 등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리들의 시 창작 교실'은 시 창작 수업을 진행한 민송기 교사가 수업용 이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작품 수준이 높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발간하게 된 시 창작집이다. 2022~2023학년도 수업을 수강했던 학생들의 시 80여 편이 담겨 있다.
책은 △이론에 해당하는 '1부: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학생들의 작품 모음인 '2부: 엄마의 갱년기' △'3부: 내 마음의 줄기세포'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시에 관한 이론 및 창작법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2부와 3부에는 입시 중압감에 시달리는 학교생활 속에서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을 고등학생 특유의 시각과 표현으로 담아낸 반짝이는 작품들이 담겨있다. 자신의 작품이 실린 책을 받은 성건 학생은 "시 창작 수업 들으면서 마음이 복잡할 때 시를 써보는 경험이 정말 좋았다. 내가 쓴 시가 책으로 발간된 것을 보니 뿌듯한 기분이 들었고,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시 창작집을 발간한 민송기 교사는 "좋은 시들을 묻어 두기는 아까워 책으로 만들게 됐다"며 "학생들이 서로가 쓴 시를 함께 읽고 쓰다 보면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홍은표 교장은 "시 창작 수업이 학생들에게 문화적 창의성과 감수성을 키우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예술 교과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창의적인 예술 감성을 키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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