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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칠곡 매원마을 단상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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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5월이 '장미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우리네 토종 들장미는 찔레꽃이다. 4월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와 산철쭉에 이어 5~6월엔 하얀 찔레꽃을 지천에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으로 시작되는 옛 가요 백난아의 '찔레꽃'은 붉은색이다. 1941년 이 곡을 북간도에서 만들 때 한반도 남쪽에 붉은 찔레꽃이 어느 정도 많았는지는 모르지만, 실제 찔레꽃은 붉은색이 매우 드물다. 그런데 붉은 찔레꽃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있다. 바로 칠곡군 왜관읍 매원마을에 있는 전통가옥 지경당(止敬堂) 담장이다. 담 넘어 흐드러지게 핀 붉은 찔레를 보러 지난해 전국에서 2천여 명이 몰려왔다고 한다.

경부고속도로 왜관 IC에서 승용차로 3분 정도만 가면 닿는 매원마을은 풍수지리적으로 매화낙지(梅花落地)와 고을의 원(院)이 합친 이름이다. 매화의 한복판 수술 셈인 이 마을은 안동 하회, 경주 양동마을과 더불어 조선말 경북의 3대 반촌(班村)으로 불렸다.

광주(廣州)이씨 집성촌인 이곳은 지난해가 입향조 석담 이윤우가 들어온 지 딱 400년이었다. 300~400여 호를 자랑하던 고택은 6·25전쟁 때 인민군 3사단 사령부였다는 이유로 미군의 폭격에 의해 대부분 불타 사라지고 60여 호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석담의 후손 중 26명이 대과에 급제해 장원방(壯元坊)으로 불린 이 마을에선 일제항쟁기 의열단원인 이수택을 비롯해 파리장서와 관련한 이이익과 이수일, 이수목·이두석 부자, 이달영, 이수각, 이석, 이항진 등 9명이나 되는 동족 독립유공자가 배출됐다. 낙동강 북쪽 안동 고성이씨 임청각과 의성김씨 내앞마을에서 숱한 독립운동가가 나왔다면, 낙동강 중류 지역은 성주 성산이씨 한개마을과 함께 매원마을이 대표적인 항일명문가다.

입향 400년이 되던 작년 6월15일 매원마을에서 경사가 겹쳤다. 바로 전국 최초로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등록문화재가 된 것이다. 재화적 성격이 강한 문화재(財)란 명칭이 오는 17일부터 문화유산으로 바뀌고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되면서 매원마을은 이제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된다. 하지만 보다 상위의 개념인 국가민속문화마을이 되기는 쉽지 않다. 민속마을로 지정되면 국비가 70%까지 증액되고, 종합정비계획과 규제에 따른 보수·정비사업이 강력히 추진된다.

현재 국가등록문화유산(960개) 중 유일한 마을 단위가 매원이지만, 국가민속문화마을(제주 성읍·강원 고성 왕곡·충남 아산 외암·경북 안동 하회·경주 양동·성주 한개·영주 무섬·영덕 괴시마을)엔 미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2013년)에 등재된 하회·양동마을과 달리 6·25전쟁 후 이곳엔 70여 년간 개량 기와집, 슬레이트집과 양옥 등 현대식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섰기 때문이다. 현재 마을 앞쪽엔 고택이 여럿 남아있지만 뒤쪽으론 컨테이너집과 폐가, 빌라, 짝퉁 기와집 등이 섞여 있어 볼썽사납다.

일각에선 민속마을이 되려면 주민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으니 영주 선비촌처럼 매원마을 인근에 숙박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는 한옥 마을을 새로 조성하자는 주장과 함께 힘이 들더라도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원형을 복원해 민속마을로 가자는 두 의견이 있다. 어떻게 하든 간에 칠곡군과 경북도가 주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 보물 같은 이 마을을 잘 살려 전통과 관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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