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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의 이사가 동시에 다른 회사의 이사직을 수행하는 경우는 실무에서 종종 있다. 규모가 작은 초기 창업기업은 대표이사가 여러 사업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도 많다. 법인이 운영되지 않고 단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정도가 아닌 한, 실무에선 이런 겸직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사가 다른 회사의 이사를 겸직하려면 반드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이사 겸직이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건 아니다. 관련법에서 이사 겸직을 제한하는 경우가 일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상장사 사외이사와 금융사의 임원이다. 상장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다면 해당 상장사 외에 2개 이상 다른 회사의 이사로 재직할 수 없다. 즉, 내가 만약 상장사의 사외이사가 됐다면 상장·비상장 구별 없이 총 2개까지만 이사로 재직할 수 있다. 금융사는 관련법에 따라 겸직이 훨씬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
다만, 법령에서 제한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사가 다른 이사로 재직하는 회사가 기존 회사와 경업관계에 있거나, 혹은 이사 겸직금지가 계약상 또는 정관상 의무로 명시되었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사는 이사회 승인이 없으면 본인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혹은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이사가 되지 못한다.
이때 회사의 영업부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반드시 정관 기재에 따르지 않고 실제 그 사업을 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대법원은 전반적인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한다는 전제하에 이익충돌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으로 지배구조·영업형태·시장에서의 인식을 제시하고 있다.
상대 회사가 아직 동종영업을 하지 않고 있더라도 동종영업을 준비하는 상황이라면 마찬가지로 겸직이 문제될 수 있다. 이사가 나중에 상대 회사에서 사임하더라도 이미 위반사항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경업금지의무와 별개로 이사는 상법상 회사와의 자기거래가 금지된다. 만약 이사가 다른 회사의 대표이사직에 있거나 그 회사의 지배주주로 있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상법상 자기거래 금지의무 위반도 발생할 수 있다. 이사의 자기거래는 이사 3분의 2 이상이 승인해야 하고, 반드시 사전에 받아야 하므로 좀 더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이사가 경업관계가 문제될 소지가 있는 다른 회사의 이사로 취임할 때에는 반드시 사전에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사는 회사와 임원계약을 체결하는 데 이때 임원계약을 잘 살펴봐야 한다. 만약 임원계약에서 겸직을 금지하고, 겸직금지의무 위반 시 위약금 등 일정한 페널티를 부여한다면 계약 위반에 따른 이사의 민사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물론 위약금의 적정한 액수는 법원의 소송 과정에서 조정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회사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분쟁을 피하긴 어렵다.
정관에서 이사의 겸직금지의무를 정하고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만약 정관에서 이런 의무가 규정돼 있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이사의 정관 위반 이슈는 피하기 어렵다. 해임 등 이사의 의무 위반에 대한 회사의 조치가 문제될 수 있다.
최영재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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