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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TK는 정치 잘하고 있는가

2024-06-24

[월요칼럼] TK는 정치 잘하고 있는가
변종현 경북본사 본부장

보수논객 정규재씨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대구와 광주, 정말 비교된다' 영상이 화제다. 요지는 광주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치를 잘하는데 대구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거다. 정씨는 광주가 노무현·문재인 등 '경상도 사람'을 선택해 정권을 잡은 데 이어 이번엔 이재명을 딱 쥐고 있다며 이재명의 고향이 경북 안동임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광주의 집권(執權) 공식은 경상도 사람을 끌어올리는 것이라 설명했다. 지난 총선에서 광주가 '부산사람' 조국(조국혁신당 대표)을 밀어올린 것을 두고는 이재명과 조국을 놓고 지금 견주고 있는 상황이라 분석했다.

반면 대구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다. 정씨는 대구가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지만 정작 사람을 뽑을 땐 맨날 '옛날사람' '아무 힘도 없는 사람' '우리가 남이가'만 선택한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대구는 그저 얼굴이 익숙한 걔를 또 뽑고, 경찰·검찰 이런 권력기관에 있는 사람 또 뽑고, 서울에서 잘나간다고 뽑고, 공무원으로 출세했다 하면 그럼 또 뽑는다고 힐난 수위를 높였다. 무엇보다도 전국적인 인물이 될 사람은 절대로 안 뽑는다며 부끄럽지 않냐고 묻는다. 정씨의 주장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대구는 국민의힘에서 지시하고 시키는 대로 한다. 저쪽에서는 광주가 지시하고 민주당은 따라간다."

듣는 게 불편할 수 있지만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 있는 건 사실이다. 무엇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들었을까. 전남대 박구용 교수(철학과)는 사회적 직위나 지위를 대하는 양 지역 시민의 '태도'에서 답을 찾았다. 대구가 서열을 중시하고 직위·지위에 대해 특별대접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광주는 위아래를 따지려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는 것. 이 같은 태도 차이가 양 지역의 상반된 정치 성향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TK에서 엘리트주의와 권위주의에 순응하는 정도가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라 하겠다. 반면 광주에는 대구에 없는 정반대의 흐름이 보인다. 바로 반(反)엘리트주의에 기반한 대의민주주의의 질적 변화다. 정씨의 말을 빌리자면 지지자가 지시하고 당이 이에 따라가는 방식이다.

유권자는 대개 자신들의 한 표 한 표가 지역을, 사회를, 국가를 바꾸는 힘으로 작동하길 바란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정치인은 유권자의 뜻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갖는 한계이자 위기다. 이를 일찍이 간파한 독일 출신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선출된 자가 선출한 자들을 지배하고, 위임받은 자가 위임한 자들을 지배하며, 대의원이 유권자들을 지배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정치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정당론'(1911)에서 민주적 조직은 필연적으로 보수적 과두정으로 귀결된다며 민주주의가 배반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불행히도 미헬스의 이 철칙은 한 세기가 지나도록 바뀌지 않고 있다. 앞서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당원 70%의 지지를 얻고 있던 추미애가 아니라 겨우 4%의 당심을 얻고 있던 우원식을 선택하는 '배반의 정치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당원 수만 명이 당의 주인은 과연 누구냐며 일시에 탈당했다. 장 자크 루소의 말처럼 다수가 지배하고 소수가 지배받는 것은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일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소수 엘리트들은 자신들을 뽑아 준 지지자의 뜻에 따르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명령이다. 당원이, 시민이, 지역이 결정하는 대로 당이 따르는 정치, TK에서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변종현 경북본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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