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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주진오의 한국현재사] 역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2024-06-28

잊힌 의병이야기 재연한
미스터션샤인 드라마 통해
역사가 어려움 겪을 때마다
들불처럼 일어났던 의병이
사실상 역사의 주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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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

1907년에 대한제국의 고종황제는 일본에 의해 강제퇴위를 당했고, 군대는 해산되었지요. 그러자 전국에서 '정미의병'이 일어났는데, 영남 지역에서도 활발했습니다. 문경의 이강년, 구미의 허위, 영덕의 신돌석, 영천의 정환직-정용기 부자 등의 의병장들과 그들을 따르던 의병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중에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대대적인 탄압으로, 많은 의병들이 전사했고 체포되었어요. 일본은 1908년에 의병들을 수감하기 위해서 지금의 서대문형무소 자리에 경성감옥을 만들었습니다. 그곳에서 10월13일 이강년, 21일 허위 의병장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의병들이 사형을 당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들의 사진조차 제대로 남아 있는 분이 거의 없습니다.

캐나다 출신의 프레더릭 매켄지(Frederick Mackenzie:1869~1931)는 영국 데일리 메일(Daily Mail)의 특파원으로 1904년 러일전쟁의 종군기자로 입국했어요. 전쟁이 끝난 후 영국으로 돌아갔다가, 1906년에 재입국하여 일제의 침탈과 항일 의병을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를 1908년에 'The Tragedy of Korea'라는 책으로 발간했어요.

그는 경기도 양평 지역에서 의병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그들의 허가를 받고 찍었던 사진이 현재 모든 역사교과서에 실려 있지요. 지금 남아 있는 의병 사진들은 거의 모두가 일본군에 체포되어 죄수복을 입고 앉아 있는 모습이지만, 무기를 들고 활동 중인 의병들의 당당한 모습을 담고 있는 유일한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매켄지는 의병들에 대해서 이렇게 회고합니다. "제복과 무기도 갖추지 못한 청년들이 영롱한 눈초리와 자신만만한 미소로 애국심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었다"고 했습니다. 의병들은 매켄지에게 "우리는 어차피 죽게 되겠지요. 그러나 일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다"고 당당하게 말했지요.

매켄지는 또한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도 전해 줍니다. "많은 전투에서 일본군이 부상자나 투항자의 전부를 조직적으로 살해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전투 보고서에 적힌 한국인 사상자 수를 보면 부상자나 투항자는 언급이 없고 죽은 자가 너무나 많다. 또한 일본군은 도처에 불을 지르고 다님과 동시에 반란군을 도왔다는 혐의가 있는 자를 다수 사살했다."

아마도 사진 속의 그 의병들도 전사했거나 사형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자신의 책이 너무 과장되어 있고 반일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저만큼 일본인의 인격과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글을 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일본인들 특히 일본 육군과의 관계는 개인적인 불만이 전혀 없고 오히려 즐겁고 따뜻한 기억을 많이 남겼습니다"라고 항변을 했지요.

그동안 매켄지의 사진만으로는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이유로 의병이 되었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매켄지와 만났던 의병들의 이야기를 재현해 낸 것을 보고 놀랐으며 감동했어요. 자료가 없으면 말할 수 없는 역사학자들이 하지 못한 역할을 해낸 것입니다.

김은숙 작가는 "이 드라마로 '아무개 의병'들이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어요.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을 참아내며 전진하는 의병들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의병은 우리네 역사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들불처럼 번져 일어났던 사실상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지요.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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