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적자 탓에 대구공판장·태평로공판장 통합 계획 냈지만 상인 반발
중도매인 "설명절까지 기존처럼 경매해 보게 해 달라"
농협 "하매인, 보호를 받을 수 있게 중도매인 등록해야"
농협 대구태평로공판장 경매장.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농협경제지주(이하 농협)가 대구지역 농산물공판장의 운영 방식을 두고 상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농협은 시설 노후와 경영 적자 등을 이유로 그간 대구공판장(본장)과 태평로공판장(분장)으로 나눠 운영하던 공판장을 통합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생존권 침해를 외치며 반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27일 농협과 상인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농협은 지난 5일 태평로공판장(중구 달성동)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로 문을 열었다. 지상 3층 건물로, 공판장과 중도매인 점포(26개), 편의시설로 구성됐다. 농협은 지난 2월 통합 운영 방침을 상인들에게 통보했고, 4월엔 대구공판장(달서구 두류동)에 공고문을 게시했다.
하지만 대구공판장 중도매인 16명 중 5명만 태평로공판장 통합에 찬성, 이전을 마쳤다. 3명은 나이와 건강 이유로 농협과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현재 태평로공판장에는 기존 중도매인 8명과 대구공판장에서 이전해 온 5명, 신규 2명 등 15명의 중도매인이 경매에 참여 중이다.
농협대구공판장 내부 전경.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대구공판장 중도매인과 하매인들은 "대구공판장에서 30~40년 이상 일해온 하매인을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보내려 한다"고 날을 세웠다.
오태식 대구농판장 중도매인협회 지회장은 "농협이 올 12월까지 대구공판장에서 경매를 약속해 놓고, 태평로공판장이 완료되자 농민에게 '태평로로 농산물을 출하하라'는 문자를 보냈다"며 "내년 설 때까지 기존처럼 경매를 볼 수 있게 지원해 준다면 아무 조건 없이 태평로로 이전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은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농협지주 측은 "하매인은 농협과 계약을 맺지 않은 채 수십 년간 공판장에서 장사를 했다. 농협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중도매인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적 적자가 매년 10억원씩 발생하는 상황에서 두 개의 공판장을 운영하는 건 힘들다"며 "도의적 차원에서 농협이 할수 있는 최대한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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