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점 이상 수험생 1.47% 불과...역대급 '불영어' 평가
국어와 수학 등 다른 영역도 "까다롭고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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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는 학생들. 영남일보DB |
지난달 4일 시행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는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년도 이후 모의고사와 수능을 통틀어 1등급 비율이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일 '2025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불 영어' 90점 이상 수험생 1.47%뿐…국어·수학도 어려워
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6월 모평에서는 영어에서 90점 이상을 받아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이 고작 1.47%에 그쳤다. 이는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그만큼 난이도가 가장 높았다는 얘기다.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됐던 지난해 수능에서도 영어 1등급 비율이 4.71%였는데, 이번 6월 모평은 그보다 더 크게 1등급 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80점 이상으로 2등급을 받은 수험생 역시 8.0%에 머물렀다.
국어와 수학도 다분히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1교시인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을 기록했다. '불 수능'이었던 지난해 수능(150점)과 비교해 소폭 낮아진 것이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떨어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하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올라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하는데,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대 후반대 이상이면 어려운 시험으로 볼 수 있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은 83명에 그쳤다.
2교시인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역시 152점을 기록했다.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148점)과 비교해도 4점이 올랐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래 모의평가와 수능을 통틀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원학원은 "국어와 수학에서 공통과목은 어렵고 선택과목은 다소 쉽게 출제됐다. 선택과목에서 국어는 언어와 매체가 화법과 작문에 비해 다소 어려웠고, 수학은 확률과 통계가 상대적으로 쉬웠고 기하, 미적분 순으로 어렵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과목 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과목이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평가됐다.
탐구영역의 경우 1등급 구분점수는 사회탐구 65∼71점, 과학탐구 66∼74점, 직업탐구 70∼74점이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사회탐구의 경우 윤리와 사상이 78점으로 가장 높았고, 사회·문화가 66점으로 가장 낮았다. 과학탐구에선 화학Ⅱ(77점)가 최고, 물리학Ⅰ과 생명과학Ⅰ(이상 68점)이 최저다.
절대평가인 한국사 영역에서 40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은 인원은 13.06%였다. 역시 절대평가인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45점으로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스페인어Ⅰ(14.93%)가 가장 높았고, 러시아어Ⅰ(7.74%)가 가장 적었다.
◆'본수능 난이도' 최대 관심사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6월 모의평가 결과에 대해 "출제 경향 변화에 대한 학생들의 적응도 등 올해 응시 집단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며 "9월 모의평가와 수능은 공정 수능 기조를 유지해 공교육 과정을 통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수준에서 출제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어 영역의 경우,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적정 수준의 난이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출제하겠다"고 덧붙였다.
입시계에서는 6월 모평 결과를 바탕으로 본수능 난이도에 대해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는 11월 수능에선 지난해 수능이나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영어는 난도 조정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송원학원은 "최근 발표된 출제 당국의 방침을 고려하면, 국어, 수학 및 탐구는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게 출제될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수능에서 아주 어려웠던 영어는 다소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본수능의 난도와 상관없이 올해 수험생들의 수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수능은 의대 모집정원 확대, N수생 유입 등의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킬러문항이 배제되더라도 수험생들이 난도를 어렵게 받아들이고 있고 결과도 동일하기 때문에 9월 모의평가가 쉽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험생들은 본수능 때까지 어렵게 공부하는 학습패턴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송원학원 차상로 진학실장은 "모의평가 결과는 전체 수험생 중에서 내 성적이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된다. 각 영역별 강점과 약점을 잘 확인해 수능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수시에서도 수능 성적을 최저 학력 기준으로 활용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에 수능 공부에 최선을 다하면서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의대 모집정원이 증원되면서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의 모집인원이 확대되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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