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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별천지 영양의 숲과 마을 .2] 두메송하마을

2024-07-04

굽이굽이 장파천 물길, 주상절리 적벽계곡…아름답고 그윽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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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두메송하마을 당 숲은 매봉산 아래 구릉지에 높이 13m 내외의 졸참나무, 말채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등이 울창하게 자라난 곳이다. 커다란 돌무지가 숲 입구 양쪽을 지키고 숲속에 마을 수호신을 모신 자그마한 당집이 자리한다.

자작나무숲 17㎞, 두메송하마을 6㎞라는 안내판을 따라 우회전해 가천로에 오른다. 장파천이 반변천으로 흘러드는 자리다. 여기서부터 장파천을 거슬러 간다. 가천로는 가천리에서 왔고, 가천리는 가천(佳川)에서 왔다. 아름다운 천, 가천은 곧 장파천이다. 조선 정조 때인 1783년, 안동김씨 김찬구(金鑽龜)는 세상의 번잡함이 싫어 이 골짜기로 들어왔다. 그리고 정자를 짓고 가천정이라 편액하고 마을을 가천이라 불렀다. 그는 가천을 '아름답고, 곱고, 그윽하고, 환한 형상은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몇백 년이 지나도 옛사람의 눈과 오늘의 심상이 다르지 않으니, 참으로 아끼고 떨리는 그 심경을 짐짓 시크하게 '두메'라 칭하는 건지도 모른다.

송정 등 4개 마을 65가구 삶의 터전
계절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

매봉산 오르면 자연이 빚은 미륵불
해월 최시형이 49일간 기도 전해져
250년 된 졸참나무·당숲 천연기념물
물맑은 송하계곡 수달·산양 등 살아

◆'아름답고, 곱고, 그윽하고, 환한' 두메송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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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두메송하마을은 고추 따기, 장아찌 만들기, 꽃차 만들기, 숲 해설가와 함께 산길을 걸으며 다들바위에서 소원 빌기, 천연 재료로 스카프와 손수건 염색하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내 깊어지는 산골이다. 송정교를 건너며 이제 송하리에 들었음을 알아차린다. 송하리는 4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체 65가구 정도가 산다. 마을 입구부터 송정, 삼거리, 북수, 판사 마을이 긴 길 따라 띄엄띄엄 이어진다. 송정(松亭)은 소나무 숲이 울창하고 아름다워 길 가던 이들이 쉬어가던 곳이다. 가천부터 송하 지나 죽파까지 40리가 넘는데, 옛날에는 10리마다 쉬어가는 곳이 있었고 송정에는 쉬기 좋은 소나무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 멀리 초록 가운데 선명한 빨강이 보이면 삼거리 마을이다. 가천과 죽파 그리고 영양읍 상원으로 통하는 세 갈래 길이 있어 삼거리라 불렀고 오래전 죽파리 사람들은 영양 시장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날이 저물면 이곳 삼거리의 주막에서 쉬어갔다고 전한다.

선명한 빨간색의 나지막한 건물은 옛 송하초등학교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부지를 마련한 이 학교는 1939년에 간이학교로 시작해 1944년 정식으로 개교했다. 이후 1994년 제45회 졸업생 6명을 끝으로 모두 1천99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됐다. 학교는 지금 '해달뫼 문화예술체험장'이다. 학교 맞은편으로 송하리 농산물판매장과 송하마을 공동체 펜션인 송하연가, 마을회관과 송하건강관리실이 연이어 들어서 있다. 송하연가의 건물 번호판에 그려져 있는 하얀 자작나무를 본다. 가천리, 죽파리, 송하리 3개 마을 217개소에 죽파리 자작나무 숲을 형상화한 자율형 건물번호판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송하보건지소 앞에서 송하교를 건너면 마을 뒷산인 매봉산이 기암절벽의 가슴으로 바짝 다가와 흠칫하고, 그 아래에서 반짝거리는 장파천 때문에 눈앞이 깜깜해진다. 붉은 벼랑과 푸른 절벽이 첩첩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맑은 물과 푸른 여울이 시린 소리를 내며 반석을 굽이친다. 송하리는 산으로 둘러싸여 고추를 4월 말에 심을 정도로 겨울이 길다고 한다. 또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커서 한여름 밤에도 서늘한 느낌이 든다. 첩첩산중 송하리는 그래서 '두메송하마을'이다. 천연기념물 324호인 수리부엉이 서식지라는 안내판이 있다. 수리부엉이를 위해 '여기서부터 1천m 경적 금지, 시속 20㎞ 이하 준수'라는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안내문이 있다. 자동차 바퀴에 모래알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릴 만큼 살금살금 나아간다.

◆자연의 바람으로 신이 빚어낸 송하자연미륵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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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 7부 능선에 닿으면 가만히 먼 곳을 바라보는 영양 두메송하마을 자연 미륵불을 만난다. 단층으로 이루어진 바위가 자연의 풍화로 석불이 되었다.

길가에 송하자연미륵불 안내판이 우두커니 섰다. 자그마한 미륵불 모형이 저 숲속에 있는 자연 미륵불의 모습을 미리 알려준다. 이정표 따라 고추밭을 지나고 길섶의 자그마한 돌탑들을 스치며 매봉산으로 들어간다. 돌계단을 오르고, 야자 매트가 깔린 폭신한 길을 오르고, 촘촘하게 쌓인 계단을 또 오르고, 다시 흙길을 따라 오르고 오른다. 아주 멀지는 않지만 제법 힘든 오름 길이 매봉산 7부 능선에 닿으면 가만히 먼 곳을 바라보는 석불을 만난다. 단층으로 이루어진 바위가 자연의 풍화로 석불이 되었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자연 석불이라 해서 '송하자연미륵불'이다. 마치 신이 빚은 듯 정교하다고 해서 '시니비즌 석불'이라고도 하고, 소원을 다 들어준다고 해서 '다들바위'라고도 부른다.

부처의 얼굴이 보인다. 모자를 쓴 고집 세고 과묵한 장군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연미륵불 아래에는 제단이 있고 난간을 두른 데크 마루가 제법 넉넉하게 펼쳐져 있다. 제단 위에 누군가가 두고 간 공양물들이 있다. '불조심' 붉은 딱지가 붙은 캐비닛 안에는 촛불이 밝다. 데크 난간에는 기도하는 사람들을 위한 긴 방석들이 주렁주렁 걸쳐진 채로 바람에 씻기고 있다. 몇몇 사람들이 절을 하고 손 모아 무언가를 빈다. 동학 제2대 교주인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이 1865년에 영양으로 이사 왔을 때 '자연이 내리신 불상이 있다'는 계시를 받은 후 이곳에서 부처바위를 발견하고 49일간 기도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송하자연미륵불은 2021년 4월에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천연기념물 송하리 졸참나무와 당 숲

삼거리 마을 끄트머리에 당 숲이 있다. 매봉산 아래 구릉지에 높이 13m 내외의 졸참나무, 말채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등이 울창하게 자라난 숲이다. 커다란 돌무지가 숲 입구 양쪽을 지키고 숲속에 마을 수호신을 모신 자그마한 당집이 자리한다. 옛날에는 숲의 거대한 소나무에 제를 올렸다고 한다. 소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베어졌다. 한순간 신성한 신체를 잃게 된 마을은 소나무 그루터기 위에 당집을 지어 제를 이어나갔고 2014년에 현재의 형태로 개축했다고 한다.

당집 지나 오솔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당 숲에서 가장 오래된 졸참나무를 만난다. 높이가 20m까지 올랐고 가슴께의 줄기 둘레도 3.5m에 이르는 거목이다. 수령은 250년 정도로 추정된다. 졸참나무는 1995년에 보호수로 지정됐고 2021년에는 '영양 송하리 졸참나무와 당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졸참나무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례가 없어 희소성이 크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월대보름과 추석에 당산제를 올리며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빈다. 당 숲은 매봉산 등산로의 또 다른 입구이기도 하다. 졸참나무 지나 조금 오르면 '송하사'라는 새로 지은 절이 있고, 거기에서부터 다시 가파른 산길을 더 오르면 송하자연미륵불로 가는 산길과 만난다.

◆산천을 휘돌아 끝없이 이어지는 주상절리 적벽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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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두메송하마을 송하계곡은 송하리의 산천을 휘돌아 높고 낮게 끝없이 이어지는 주상절리 적벽 계곡이다.

당 숲 앞 북수교 정면으로 영양 자작나무 숲 10㎞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 가천로는 끝난다. 길은 낙동정맥로로 이어져 왼쪽으로는 죽파, 오른쪽으로는 기산으로 향한다. 이곳이 삼거리마을의 세 갈래 길이다. 죽파 골짜기로 들어가면 자작나무 숲과 낙동정맥의 고개를 넘어 울진 온정면의 선미리에 닿는다. 기산 골짜기로 들어가면 북수와 판사 마을을 지나 남남동쪽으로 영양읍과 영덕 창수면까지, 동동북쪽으로는 기산리와 울진 온정면 소태리까지 통한다. 죽파리 마을을 개척한 보부상들이 울진과 영덕의 해산물을 이고 지고 팔러 다닐 때 기산 골짜기를 따라 송하로 들어왔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죽파리 자작나무 숲의 계곡물과, 오십봉과 백암산에서 온 물길이 장파천으로 하나 되는 곳이 송하리다. 북수(北水)는 북쪽과 동쪽을 흐르는 물이 서로 만나는 곳이다. 판사(板沙)는 숲이 우거져서 널재목으로 쓰는 나무가 팔리는 널투방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모래가 많고 땅이 기름져서 판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굽이굽이 흐르는 장파천 물길 따라 논밭과 마을이 들어서 있고 좌우로 봉우리와 기암절벽이 이어진다. 송하리의 산천을 휘돌아 높고 낮게 끝없이 이어지는 주상절리 적벽 계곡을 송하계곡이라 한다. 소나무와 각종 활엽수가 어우러진 울창한 숲에는 수리부엉이와 산양, 담비 등이 살고 달맞이꽃과 갈대밭이 군락을 이룬다. 물은 얕고 강돌은 동글동글하다. 물밑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계곡물에는 수달이 살고 다슬기가 지천이며 버들치, 쉬리, 피라미 등 다양한 민물 어류가 산다.

송하리 장파천은 2011년 영양댐 건설 예정지로 지정되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결국 2016년에 댐 건설 계획은 백지화되었고 멸종 위기 생물들을 품고 있는 계곡과 마을은 수장을 면했다. 지금 두메송하마을은 농촌 체험 마을이다. 계절에 따라 고추 따기, 장아찌 만들기, 금잔화와 도라지꽃, 천일홍, 삼색제비꽃, 구절초 등으로 꽃차 만들기, 숲 해설가와 함께 산길을 걸으며 다들바위에서 소원 빌기, 천연 재료로 스카프와 손수건 염색하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름에는 물놀이하고 겨울에는 썰매 타며 배고프면 쓱쓱 산채비빔밥 비벼 먹고, 놀다 지친 아이처럼 멋대로 누워 하늘을 보며 스르륵 잠들어도 그만인 곳, 두메송하마을이다.

글=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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