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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미래는 희망이지만 행복은 바로 지금

2024-07-05

"지역 미래계획도 중요하나
자영업자들의 터져나오는
곡소리도 귀담아서 들어야
내가 망하고 나면 소용없어
시민행복은 바로 지금이다"

[경제와 세상] 미래는 희망이지만 행복은 바로 지금
권업 객원논설위원

코로나 창궐 이후 지난 5년은 자영업 잔혹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원들 돌아가며 무급휴가도 고민했는데 그들도 가장이라… 대출받고 적금 깨고 금 팔고 계속 버티고 있어요. 이젠 더 깨고 팔 것이 없네요." 2021년 8월 보도된 어느 식당 사장의 토로인데 지금은 어떻게 되셨는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이켜본다. 지금 자영업 사장님들 중에는 영업시간을 줄여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폐업도 어려워 손해를 보면서 가게 문을 여는 잠재 폐업자도 많다. 대출 돌려막기를 하는 처지에서 폐업하면 대출금 일부를 조기 상환해야 하는 데다 정부의 소상공인 금융지원도 못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폐업의 벼랑 끝에서 빚으로 연명해 온 자영업자들은 떠밀리고 몰리다 이제 막바지에 와 있다. 지난해 9월 코로나 대출 원금·이자 상환 유예조치가 종료되면서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매출 회복을 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신규 연체자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영업 부진을 넘어 이젠 감당 못할 빚더미에 앉았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년 새 3배 이상으로 뛰었고, 연체액은 1년 만에 1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역대 최대의 폐업사태 속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제도 '노란우산'의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는 지난해 11만15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구는 울산과 함께 '미분양 무덤' 지역으로 불린다. 올해 4월 기준 전국 7만1천997호의 미분양 주택 중 1만124호가 대구로 전국 1위다. 2023년 우리나라 가구 평균자산은 5억2천727만원이고, 이 중 실물자산(부동산 등)은 4억140만원으로 가구별 자산의 76%가 거의 부동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집값이 떨어지고 깡통아파트, 역전세 상황에서 미분양 사태는 가구별 순자산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바로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대구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지금 몇 년째 누적된 매출부진과 빚더미에, 경기회복을 선행하는 부동산과 건설경기까지 얼어붙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낙오하지 않고 버텨내야 하는 것이다. 버텨야 성공도 있지 못 버티면 후일의 성공은 내 몫이 아니다.

기업들은 보통 10월쯤이면 내년도 경영계획을 준비한다. 계획수립은 통상 2가지 관점에서 추진하는데, 먼저 현장의 문제점을 분석·평가하여 해결책을 찾아 가능하면 단기간에 개선해야 할 일을 정하는 방식이다. 다른 방법은 기업의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모습과 추진방향·전략을 구성원들에게 제시하는 것으로, 이를 미래계획이라 부른다. 그런데 요즘 지역의 경제현안은 이 미래계획, 예를 들면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구경북신공항, 미래 신산업 육성 등 굵직하나 중장기적이고, 임대 딱지가 즐비하게 붙은 상가 회복에 당장 도움이 될지 의문스러운 문제에 온통 쏠린 느낌이다.

2006년 고유가와 극심한 내수위축, 자영업 위기, 기업의 투자부진 등 지금과 유사한 상황에서 현장애로의 청취와 해결을 위한 민관합동 TF(희망경제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던 기억을 더듬어 보자. 지역의 미래계획도 대단히 중요하나 당장 시장에서 터져 나오는 상인들의 곡소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이들은 행정통합이나 신공항이 지역의 미래 번영에 도움이 될 것은 대다수가 동의한다 하더라도 당장 내 가게가 망하고 내가 신용불량자가 되면 별무소용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지금 이 시간 지자체 해당 부서에서 업무에 매진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과문한 탓일 수도 있으나 빚더미와 생계의 공포에 몸서리치는 자영업자들에게 희미한 빛이라도 비춰야 할 때다. 지역의 미래는 희망이지만 시민행복은 바로 지금이다.

권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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