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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영일만시대, 포항이 준비해야 할 것

2024-07-10

[영남시론] 영일만시대, 포항이 준비해야 할 것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가수 최백호가 1979년 '영일만 친구'를 히트시키면서 널리 알려진 영일만이 요즘 또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에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대통령의 발표 때문이다. 매장량을 놓고 보면 21세기 최대 유전으로 불리는 남미 가이아나 유전(110억 배럴)보다 더 많다. 전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하고 들뜨게 만들 정도로 반향이 컸다. 영일만에서의 유전 개발 소식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6년 1월 박정희 대통령이 영일만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지만 1년 만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났다. 당시 시추공을 뚫은 결과, 시커먼 액체가 발견됐지만 한 드럼(200ℓ) 정도에 그친 적이 있다. 이런 전례 때문인지 몰라도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나온다. 또 석유 탐사 및 시추를 담당할 미국 액트지오사에 대해서도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학계와 업계에서는 정부가 밝힌 시추 성공률 '20%'에 주목하고 있다. 유전개발을 하는 민간에서 시추 성공률 기준선을 통상 12.5%로 잡는 것을 감안하면 꽤 높은 편이다. 가이아나 유전도 당초 7% 확률이었지만 탐사 및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거론되는 '20%'는 지질학적 자료와 탐사 데이터가 비교적 신뢰할 만하고, 석유가 존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투자자나 기업이 탐사·개발을 진행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로도 간주된다. 이에 따라 정부도 시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미국에서 기자들을 만나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오는 12월쯤 곧바로 시작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나온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면 탐사를 해볼 충분한 근거와 가치가 있으며 검증도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석유공사는 엑소모빌 등 5개 해외업체가 이 사업 투자를 위해 접촉했다고 밝힌 바 있어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지열발전 사업 때문에 큰 지진 피해를 겪은 포항으로서는 석유 시추 및 생산으로 인한 또 다른 지진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학계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대표적 지진 전문가로 꼽히는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석유가 있다는 말은 휜 지질구조인 습곡이 있고 단층이 있다는 얘기"라며 "땅을 뚫고 작업하면 단층이 움직이면서 지진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규모 5 정도 지진이 발생하는 정도로 끝날 것 같으면 개발해도 된다"며 지나친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으나 규모 5보다 훨씬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면 안전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항은 시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함은 물론, 석유와 가스 생산이 현실화됐을 경우에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울산의 정유시설이 포화상태임을 감안하면 영일만항 활용은 필수다. 당초 계획보다 진척이 더딘 영일만항을 이른 시일 안에 확장해야 하는 이유다. 포항에서 생산된 석유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을 가려면 영일만항이 최단거리가 된다. 북극항로는 기존의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항로보다 약 30% 이상의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해운업계에 물류비 절감과 운송 시간 단축이라는 혁신적인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영일만시대를 활짝 열어나가려면 지금부터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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