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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논설위원의 직터뷰] 최영호 한국·우크라이나 뉴빌딩협회 사무총장

2024-07-17

"650兆 우크라 재건사업
대구경북 기업 참여하면
글로벌시장서 성장 호기"

[논설위원의 직터뷰] 최영호 한국·우크라이나 뉴빌딩협회 사무총장
▶최영호 한국·우크라이나 뉴빌딩협회 사무총장이 영남일보 편집국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지역 기업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 촬영을 위해 우크라이나 국기를 직접 만들어 가져와 포즈를 취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난 5일 오후 5시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농업회사 내 회의실. 한창 줌(Zoom) 국제화상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 모습을 나타낸 우크라이나 현직 변호사 테티아나 티쉔코씨가 "대한민국의 우수한 양파 종자를 우크라이나에 심고 싶다. 수확해 유럽시장에 수출도 하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 계획이다. 이참에 한국 기업을 유치할까 싶은데 도와달라"고 했다. 이에 우리 쪽 관계자들은 "전시(戰時) 중인데 재배에 참여할 농업인을 확보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 뒤 "긍정적으로 검토해 답장을 주겠다"고 했다. 이 농업회사는 영하 30℃까지 견딜 수 있는 양파 종자를 개발한 곳이다. 이날 회의를 주관한 이는 최영호(60) 한국·우크라이나 뉴빌딩협회(이하 한·우크라 뉴빌딩협회) 사무총장이다. 그는 고시출신으로 대구시에서 26년간 공무원(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대구본부장·정책기획관·교통국장 등 역임) 생활을 해 오다 지난해 말 정년퇴직했다. 그의 인생 2막 얘기를 들어 봤다.

작년말 26년 공직생활 마친 후
'더 넓은 무대서 봉사' 계획하다
職 제의 받고 올 1월 정식 출근

'新우크라 건설' 힘보탠다 취지
단체명 '뉴빌딩' 활동 10개월차
수자공 등 개인·기업 100여 회원

우리나라 면적 6배인 땅덩어리
경북과 農道·대마산업 등 공통점
도가 필요로 하면 '윈윈' 도울 것


▶인생 2라운드, 글로벌한 판을 펼치셨네요.

"지난해 1년간의 공로연수 때 많은 걸 생각했죠. 남은 인생 'How to live'에 관한 고민, 뭐 그런 거죠. 공직을 좀 더 이어가겠다는 생각은 시쳇말로 1도 없었어요. 간도 크게 60 평생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뭔가를 하고 싶었죠. 이왕이면 좀 더 넓은 무대에서 봉사하는 일 말입니다. 같은 해 10월쯤 지인의 소개로 한·우크라 뉴빌딩협회 모임을 나가게 됐어요. 한두 번 참석해 보니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러다 협회 사무총장직 제의를 받고 올해 1월부터 정식 출근하게 됐어요. 많은 퇴직자들이 겪는 '은퇴 우울증'도 없이 곧바로 인생 2막을 열었으니 복 받았지요.(웃음)"

▶한·우크라 뉴빌딩협회, 다소 생소합니다.

"본격적으로 활동한 게 한 10개월 됐어요. 아직 새내기 단체죠. 하는 일은 크게 두가집니다. 첫째는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와 난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입니다. 진영을 떠나 꼭 필요한 일이지요. 사실, 두 번째가 중요해요. 훗날 전쟁이 끝난 뒤 재건사업에 우리의 많은 공·사기업이 참여하도록 해법을 모색하는 일입니다." 사단법인인 한·우크라 뉴빌딩협회는 지난해 6월 설립됐다.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공동대책위원회(2022년)가 모체다. 같은 해 9월엔 국토교통부 산하 법인으로 등록됐다. 과거 우크라이나 대사를 지낸 이양구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국내외 포럼을 열거나 현지 파트너 단체와 수시로 협의를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과 재건사업에 대한 관심과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현재 개인 회원 50여 명, 기업 회원 50여 곳을 두고 있다. 개인 회원엔 전문가도 포진돼 있어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한국수자원공사 등 굵직한 공·사기업도 회원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리빌딩(re-building)'이 아니라 왜 '뉴빌딩(new-building)'인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당초엔 재건을 뜻하는 '리빌딩'으로 네이밍할 계획이었죠. 그런데 우크라이나에서 재건을 넘어 국가를 완전히 개조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해 왔어요. 이 기회에 옛 소비에트연방 시절의 묵은 때를 완전히 벗기겠다는 각오죠. 세계와 유럽 국가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가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74년 전 6·25전쟁의 상처를 딛고 선진국에 오른 '한강의 기적'을 잘 알고 있더라고요. 자신들도 '드니프로강의 기적'을 만들고 싶대요. 전후 재건의 롤모델이 대한민국이라는 뜻이겠죠. '신(新)우크라이나' 건설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탠다는 취지에서 '뉴빌딩'이라고 이름 붙인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이거 손 놓고 있어선 안 되겠네요.

"재건사업의 규모만도 한화 기준 향후 10년간 650조원 이상이에요. 전쟁이 더 길어지면 1천2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도 있고요. 위기에 놓인 세계경제 현실에서 새로운 돌파구임은 분명합니다. 가까운 일본은 아주 공격적으로 뛰어들었어요. 우리도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우리 기업이 참여할 만한 데는 주택·도로 등 사회 인프라를 비롯해 에너지(원자력 등)와 농업·교육·의료 분야입니다. 특히 농업의 경우 현지에서 고소득 작물을 키워 유럽시장에 판매하는 전략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반도체·뷰티 등 한국의 강점 분야에 대한 인력 양성을 통한 시장 개척도 좋아 보이고요. 여기에 우크라이나 MZ세대를 겨냥한 K팝 등 한류문화까지 얹으면 더 바랄 게 없지요."

▶재건사업에 대한 지역 기업의 관심은 어떤지요.

"대구에선 6개 기업이 회원으로 있어요. 좀 더 많은 지역 기업이 참여하면 좋겠지요. 재건사업이라는 게 다소 생소하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틈새시장 규모가 꽤 큽니다. 대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클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도 있고요. 공무원 할 때 인연을 맺은 지역 기업에 부지런히 홍보하고 권유할 작정입니다. 그러고 보니 과거 경자청 등 근무 경험이 소중한 자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대구시·경북도 등 지자체도 참여하면 좋겠는데요.

"말씀 잘하셨어요. 우크라이나를 보면 우리 경북도가 떠올라요. 우크라이나 땅덩이가 우리나라의 6배입니다. 유럽 밀의 60%를 생산해 '유럽의 빵 바구니'로 통하죠. 경북도 우리나라에서 '농도(農道)'로 알아주잖아요. 대마 산업 등 서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윈윈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예요. 경북도가 뜻이 있다면 협회 차원에서 적극 도와주고 싶어요."

▶지난 5월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러시아의 공습이 부쩍 늘고 있는데….

"비교전 지역인 우크라이나 서쪽은 프랑스 파리에 왔나 싶을 만큼 평온하더라고요. '여기도 사람 사는 데구나'라는…놀랍기도 했고요. 반면 동쪽은 아무래도 전선과 가까운 탓에 다소 무거운 분위기였어요. 수도인 키이우 방문 마지막 날 밤 호텔에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긴급 사이렌이 울렸어요. 객실 방송에서 빨리 지하 방공호로 대피하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죠. 다행히 불상사는 없었지만 말로 표현 못할 공포감을 느꼈어요. 역시 전쟁터는 전쟁터이더군요."

▶언제 또 우크라이나에 가시나요.

"8월 말쯤 다시 가보려고요. 지난 방문에선 진행 중인 사업(한국 기업 전용단지 조성 등)에 대해 초기 점검을 한 정도였고. 재방문 땐 우리 측 NGO들과 힘을 합해 병원 설립을 모색해 보려고요. 트라우마 등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가 많잖아요. 썩 크지는 않지만, 우리로 치면 동네 의원급 같은 병원이라도 지어 그들을 케어할 생각입니다. 이후엔 규모를 키워 일반 의료센터·정신보건센터를 추진할 계획도 있고요. 그나저나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할 텐데…."

▶앞으로의 포부 한 말씀 해주시죠.

"10여년 전 행안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요. 근데 올해 다시 서울살이를 해보니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과거보다 더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마음이 무거웠어요. 공직을 떠나 있으니 눈에 더 잘 보이더라고요. 협회 일로 주중엔 서울에 있지만 엄연한 대구시민입니다.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뭔지 늘 고민하겠습니다."

최 사무총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이 기자, '60+' 인생을 시작해 보니 공직 때보다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디다." 그는 요즘 틈나는 대로 '좋은 책'을 찾아 읽는다고 했다. 100세 시대, 남은 40년 후반전에선 인문학적 소양이 긴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퇴직 이후에도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선택의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때 자기만의 축적된 사고(思考)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04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인생 황금기는 60~75세'라는 워딩을 인생 표어로 정했다고 한다. 귀담아들을 만한 말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leec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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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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