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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편집국 부국장 |
얼마 전 대전 갈 일이 생겼다. 대전에 가면 꼭 가고 싶었던 곳이 '성심당'이다. 이미 이곳을 다녀왔던 아들이 사 온 빵으로 맛은 알고 있지만 지난해 SPC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대형 빵집 프랜차이즈의 국내 영업이익을 넘어선 그 현장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최근 성심당과 관련한 각종 뉴스를 본 데다가 빵을 무척 좋아하는 이로써 그 현장을 찾는 건 설레는 일이었다.
유명 빵집 줄 서는 것은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오픈 시간인 오전 8시에 맞춰 본점으로 향했다. 가족에게 줄 빵을 사고, 그 유명한 망고시루를 맛보겠다며 성심당을 찾곤 깜짝 놀랐다. 이른 시간이라 여유 있겠다 하고 생각했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미 200m 정도의 줄이 있는 것을 보곤 손님이 비교적 적다는 성심당 다른 지점을 향했다. 하지만 그곳도 줄이 족히 50m는 됐다. 30분 정도의 기다림 끝에 망고시루는 포기하고 빵만 사들고 나왔다. 그래도 유쾌한 경험이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오판이었다. 이미 성심당 빵 봉투로 가득 찬 대전의 한 물품보관함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대전역은 성심당의 빵 창고"라는 게 빈말이 아니다. 이만이 아니다. 2015년 한국을 방문한 프란체스코 교황도 성심당의 빵을 먹었다. 모두 성심당의 위력을 보여주는 일이다. '대전=성심당'인데 너무 얕잡아봤다.
부러움이 바람으로 이어졌다. 대구경북에도 이런 빵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SNS를 타고 유행처럼 번진 '빵지 순례(빵+성지순례)'의 인기가 좀처럼 숙지질 않는다. 전국 유명 빵집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빵지 순례는 각 지역의 새로운 여행코스로 자리 잡았다. 성심당과 함께 군산 이성당, 전주 풍년제과 등 '전국 3대 빵집'이 이를 증명한다.
빵과 찰떡궁합이 바로 커피다. 전국 대표적 카페도시인 데다 커피&베이커리박람회도 열리는 대구에도 성심당 같은 곳이 있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대구 원조 빵이라 불리는 '근대골목단팥빵', 마약빵으로 유명한 '삼송빵집' 등이 역사를 자랑하고 최근 생긴 고품격 빵집도 넘쳐난다. 경북도 지자체들도 농산물 등을 활용한 빵을 만들어 선보였다. 성주는 지역 대표 농산물인 참외를 활용한 '꿀참외빵', 구미는 대표 마스코트 거북이를 형상화한 '베이쿠미' 등을 내놨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통한 농가 소득 증가와 지역 브랜드 제고에 도움을 줘 지자체는 더욱 공을 들인다.
그렇다면 유명 빵집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맛만으로 경쟁하기엔 고품질 빵집이 너무 많다. 성심당의 성공신화가 한 예가 될 것이다. 성심당은 빵 맛과 가성비는 물론 그 속에 숨어 있는 기업가 정신이 그 값어치를 높였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라는 성심당 사훈이 말해 주듯, 그 바탕엔 '모두를 위한 경제'라는 비전이 자리한다. 지역민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성심당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후한 점수를 받는다. 그 사훈을 50여 년간 실천해 온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러브콜이 수없이 들어와도 대전에만 매장을 열고 창업 초기부터 지역 환원을 위한 다양한 선행을 이어왔다. 성심당 빵이 더 맛있는 이유다. 성심당처럼 대구, 경북 하면 떠오르는 대표브랜드가 하루빨리 탄생하길 바란다.
김수영 편집국 부국장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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