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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愛民(애민) 실천하는 동네 의사 구자현 원장

2024-07-24

히포크라테스 서약
"모든 환자를 평등하게 치료"
왕진만 하는 '내 집에서 의원'
억대 연봉 관두고 동네 개원
의료 본질은 기술 아니라 사람

[하프타임] 愛民(애민) 실천하는 동네 의사 구자현 원장
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료 윤리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서약이다.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 "인종, 종교, 국적, 사회적 지위에 관계 없이 모든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겠다" 등 이 서약은 의사들에게 윤리적 지침을 제공한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사태가 어느덧 5개월을 넘겼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 상황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의료 인력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됐고,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선진국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의사 수를 더 늘리고 있다.

의대 증원은 필수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사 윤리와 의료 서비스의 질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해 보인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 수요도 늘어나게 되며, 이로 인해 국민건강 보험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 나아가 건보재정 악화로 의료민영화 논의를 앞당기는 시발점이 되고, 의사 교육 질 저하를 걱정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내 집에서 의원'이라는 독특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자현 원장의 사례는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구 원장은 환자들이 직접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 진료만 한다. 억대 연봉을 받던 종합병원장 자리를 박차고 왕진만 하는 동네 의원을 지난 5월 포항 북구에 개원했다. 그는 팬데믹을 거치며 노약자와 장애인들의 건강권이 심하게 훼손되는 의료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지역사회와 의료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 끝에 의원을 개원했다고 한다. 하루 다섯 명에서 많아야 열 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이윤 추구는커녕 함께 일하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를 겸임하는 부원장의 월급 맞추기도 어렵다.

그의 개원은 단순히 병원을 찾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 이상이다. 진정한 의사 윤리를 실천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구 원장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만성질환 및 중증환자, 장애인, 노약자 등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환경과 조건을 고려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의 모습은 의료 윤리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나 의료 인력 증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인간적인 접근과 윤리적 결단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좋은 예이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논의하면서 우리는 단순히 숫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다. 어떤 의료인을 양성할 것인지, 그들이 어떤 윤리적 기준을 지켜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더 많은 의사가 구자현 원장처럼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가치를 실천하며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따뜻한 공동체가 될 것이다.

의료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 본질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사들의 윤리 의식이 중요하다. 구자현 원장의 '내 집에서 의원'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더 많은 의사가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필요를 먼저 고려하는 의료를 실천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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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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