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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해병대와 대한축구협회

2024-07-23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3040칼럼] 해병대와 대한축구협회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며칠 전 채수근 상병 순직 1주기가 되는 날이다. 최근 그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던 예천군을 업무차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내성천 주변에 펼쳐진 넓은 백사장을 보며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을 하고 있음과 동시에 젊디젊은 한 해병 후배의 죽음이 더욱더 안타깝게 다가왔다.

필자 역시 해병대 출신으로서 20여 년 전 그때의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내가 한때 사랑했던 해병대라는 조직에 대한 실망감 또한 커지기도 했다.

빨간명찰, 돌격머리, 세무워커로 상징되는 해병대는 젊은 날의 아련한 추억과 지금의 나를 성장하게 해준 고마운 자양분이 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후임을 위해 앞장서서 책임을 다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해병의 긍지는 서로 자신의 책임을 미루고, 자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모습에서 내가 사랑하는 해병대에 대한 자부심이 깎여져 나가고 있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프다.

채상병 사건이 지금도 정치권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반드시 모든 사실을 밝히고 젊은 해병의 억울함이 없도록 사건을 잘 마무리해야 함은 분명하다.

채상병 사건이 커지게 된 이유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해병대 사건 담당자는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그 절차를 지키려고 했으나 이러한 것이 어떠한 외압에 의해 그 시스템이 무너져 내렸다는 점을 국민들이 의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판단된다.

최근 축구계에서 발생된 국가대표 신임감독 선출과정의 공정한 시스템의 부재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어쩌면 이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 선발에 따른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국민들의 많은 질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력강화위원회에 속해 있던 박주호 위원이 주장하듯 특정 한국인 감독이 선임 된 것이 문제라기보다 축구협회의 시스템 속에서 그러한 결과를 도출하지 않았다는 것에 가장 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의견에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등 많은 축구 스타들도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즉, 채상병 사건과 축구협회 문제에서 가장 유사한 점은 공정한 시스템 속에서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것에 가장 국민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는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조금은 등한시되어 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결과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러한 과정의 정의로움이 없을 경우 그러한 성취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우리 국민의 의식변화가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군과 체육계는 상명하복, 선후배 관계의 위계가 남아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며, 지금 대한민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적 변화와 의견의 충돌에 가장 늦게 반응하는 집합체 중 하나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집합체에서 역시 이제는 결과보다는 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변화되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사회가 건강해져가고 있는 과정 속에서 나오는 진통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기대를 가져본다.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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