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0725010003602

영남일보TV

[하재근의 시대공감] 결국 터지고 만 '사이버 렉카' 문제

2024-07-26

'아니면 말고식' 폭로에 협박
허위로 드러나도 "제보일 뿐"
그들 권력으로 만든 건 대중
미디어 소비 행태의 심각성
국가 차원의 논의 필요한 때

[하재근의 시대공감] 결국 터지고 만 사이버 렉카 문제
하재근 문화평론가

최근 먹방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과 협박 등 교제폭력을 당해왔고, 그 후엔 이른바 '사이버 렉카'라고 불리는 이슈폭로 유튜버들에게 협박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큰 충격을 안겼다. 쯔양은 구독자 수가 1천만 명이 넘고 한국 갤럽 조사에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유튜버'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정도의 스타마저 사이버 렉카로부터 고통 받아왔다는 것이다.

교통사고가 터지면 견인차(레커)가 신속히 출동한다. 그처럼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신속히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한다는 의미에서 누리꾼들이 '사이버 렉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번에 '렉카연합'의 일부 유튜버들이 쯔양을 협박했다고 한다. 그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수사를 통해 진상이 가려질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과 별개로, 이번 일을 계기로 폭로 유튜버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 사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엔 수많은 소문이 넘쳐난다. '지라시'라며 휴대폰으로 유포되는 소문도 있고, 누군가가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정상적인 언론은 그런 정보들을 섣불리 알리지 않는다. 개연성이나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신중하게 보도할 것이다. 반면에 일부 폭로 유튜버들은 무조건 빨리 영상으로 알린다.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도 '아님 말고'다. 보통 시간이 흐른 후에야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이 식어버렸을 때가 많다. 일부 폭로 유튜버들은 기존 사건의 문제는 도외시한 채 또 다른 폭로로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제보를 받았다면서 방송할 때가 많은데, 사실무근으로 드러나도 '나는 제보를 전했을 뿐이다'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폭로들이 설사 사실이라도 '사적 제재' 등 중대한 문제가 있는데, 심지어 허위 사실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다. 거기에 더해 폭로 대상자를 협박해 뒷거래까지 시도했다면 정말 엄중한 사안이다.

이게 특히 엄중한 이유는 폭로 유튜버들이 권력이 됐기 때문이다. 언론 윤리는 우리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이슈다. 언론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적 감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합의가 진즉에 이루어졌다. 요즘은 유튜버들이 기존 언론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므로 그런 유튜버의 윤리 문제는 엄중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성언론이 받는 만큼의 감시와 견제는 받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책임지지 않는 권력이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폭로 유튜버들을 권력으로 만들어준 건 대중이다. 수많은 대중이 폭로 유튜버의 영상을 클릭해서 보고 거기에 영향 받기 때문에 유튜버의 영향력이 커졌다. 폭로 유튜버들은 대중이 원하는 자극적인 폭로를 제공하면서 큰 환호를 받아왔다. 심지어 정의의 구현자로까지 추앙 받기도 했다. 쯔양 협박 의혹이 드러나자 대중은 이름이 거론된 유튜버들을 질타하고 있지만, 다른 폭로 유튜버들은 건재하다. 대중은 여전히 그런 영상을 클릭해주고 있다.

대중의 미디어 소비 행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언뜻 봐도 신뢰성이 떨어져 보이는 유튜브 영상을 클릭하고 심지어 맹신하기까지 한다. 결국 기성 시스템을 불신하게 되는데 이건 우리 사회 신뢰 약화로 이어진다. 학교에서부터 인터넷과 미디어 소비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진행해서 정상적인 '인터넷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그리고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유튜버들을 어떻게 감시하고 견제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개인방송 유명인들이 사회적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영향력만 키워간다면 장차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토대까지 위협하게 될 수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