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
최근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 동반자도 이성 동반자처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동성이라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고 하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라는 이유를 들었다.
민법에 규정된 혼인 관련 조문들을 새삼 찾아보았다.『민법 제800조(약혼의 자유) 성년에 달한 자는 자유로 약혼할 수 있다. 제807조(혼인 적령)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 제812조(혼인의 성립) 혼인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즉, 민법에는 부부가 양성이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몇몇 조문에 '부부'라거나 '부 또는 처'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이를 민법상 부부는 양성의 결합만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헌법 제36조에서 ①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을 양성 간 결합만을 부부로 인정한 것이 아니냐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위 조문을 찬찬히 읽어보면, 위 조문의 핵심적 내용은 '부부는 양성이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고, 국가가 이를 보장한다'는 것임이 분명하다. 아마도 헌법이나 민법 제정 당시 엄격한 유교사상에 뿌리를 둔 전통적인 우리 사회의 부부 형태로 '당연히' 양성 간 결합만을 생각했고 그 외의 다른 형태의 부부는 상상조차 못했기에, 굳이 그러한 것을 법에 규정할 필요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전반적인 법과 제도는 '당연히' 양성 부부를 전제로 만들어지고 양성 부부만 법적인 보호를 해 온 것이리라.
하지만 세상에 처음부터 당연했던 것이 있을까. 우리가 당연시해 왔던 것들은 사실은 규범과 규율, 전통이라는 명분 하에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상식, 통용, 통상적, 일반적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게 하는 기본의식이다.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은 손가락질을 당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은 배척당하고, 심지어 법을 통해 처벌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야 다수가 공존하는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일반적인 다수와는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소수자는 다수가 정해 놓은 규범을 피해 숨어야 했고, 다수를 위해 만들어 놓은 법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였다.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말하는 '모든 국민'은 대한민국 국적의 모든 사람을 말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편의상 정해 놓은 룰과는 다른 형태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역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데, 이 판결이 최근 우리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동안 '당연하지 않게 여겼던 것'들을 인정해 준 것이기 때문이리라. 시대와 세대의 교체에 따라 우리가 당연시 했던 것들이 구식이 되고, 또 다른 새로운 제도가 이를 대체할 것임은 자명하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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