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파고든 '구독 경제'
내년 시장규모 100조원
OTT 소외계층 생겨나
올림픽 중계권마저 독점
체육저변 활성화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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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정경부 차장 |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어느새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신문이나 유제품 등을 정기적으로 받거나 차량을 렌트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정수기, 냉장고, TV, 세탁기, 안마기, 노트북, 식기세척기 등 전자기기 외에도 OTT(Over The Top), 게임, 의류, 침대, 식재료 등 실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구독할 수 있다.
비단 제품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청소나 세탁, 배송, 항공 등 서비스와 다양한 멤버십 혜택도 구독 경제에 포함된다. 가전업체 코웨이의 경우, 제품 구독 계정 수가 1천만에 달한다고 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25년 국내 구독 경제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히 구독 경제의 시대다. 가까운 미래 '소유의 종말'을 예견하는 이들도 있다.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구독하는 서비스는 음원 플랫폼과 OTT가 아닐까 싶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국내외 영화, 드라마 시장은 큰 변화를 맞았다. 불과 몇 년 새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콘텐츠를 보는 게 일상이 됐다. 영화관에 한 두번 갈 돈으로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된 것. 제작자들도 막대한 투자금을 지원을 받아 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배급도 훨씬 쉬워졌다. 한국산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반향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도 OTT다.
하지만 OTT가 등장하면서 소외계층도 생겨나고 있다. 구독자가 아니면 독점 콘텐츠를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OTT를 모두 구독하는 이는 많지 않다. 더욱이 스포츠 분야는 '편식'이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빅팬'이 아니라면 매달 정기적인 비용을 들여가며 스포츠 채널을 구독하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최근 손흥민이 뛰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를 보기 위해 연간 시청권을 구매하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독점 중계권이 생겨나면서 하이라이트 시청마저 힘들어진 것이 구매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경제권이 없는 어린이나 학생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는 건 언감생심이다.
소싯적 모터 GP(FIM Grand Prix)를 동경했지만 볼 수 없던 추억이 있다. 모터 GP는 당시 유료채널인 '유로스포츠'를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했다. 지금도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나 지로 디탈리아(Giro d'Italia)는 대회가 끝난 뒤 SNS상에 올라오는 영상으로 접하고 있다.
더욱이 2024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당분간 지상파를 통해 올림픽 중계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등 중계권을 JTBC가 갖고 있어서다. 아직 명확한 방영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으나 유료 가입자와 미가입자 간 차등을 배제할 순 없다.
올림픽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자라나는 스포츠 꿈나무에겐 더욱 그렇다. 이번 올림픽 역도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박혜정은 장미란 문체부 차관이 올림픽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바벨을 잡았다고 한다. 김연아 키즈, 박태환 키즈도 마찬가지다. 생활 체육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스포츠 중계까지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황금세대'가 나올 순 없다.
파리 올림픽 유도 단체전 동메달의 벅찬 감동을 다음 세대도 고스란히 느꼈으면 한다.
박종진 정경부 차장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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