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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그럼에도 오승환을 응원하는 이유

2024-09-09

[월요칼럼] 그럼에도 오승환을 응원하는 이유
이창호 논설위원

야구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는 '소방수'로 불린다. 근데 다 이긴 경기를 허망하게 말아먹는 경우가 있다. 흔히들 '불지른다'라고 한다. 야구 용어로는 '블론 세이브(blown save)'다. 이럴 땐 팬들도 사람인지라 화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마무리 투수는 '욕받이'를 각오해야 한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 '소방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요즘 그런 처지다. 그는 지난달 15일 KT전에서 마무리로 나와 치욕적인 백투백 홈런을 맞아 무너졌다. 이 일로 2군에 내려갔다. 올 시즌 그가 날려버린 세이브는 이 말고도 대여섯 개나 더 있다. 직구 평균 구속이 갈수록 떨어지니 전매특허인 '돌직구'로 잡아내는 탈삼진도 현격히 줄었다. 어떤 팬은 오승환이 마무리로 나올 땐 조마한 마음에 눈을 감는다고 한다. '끝판 대장'으로 통했던 그가 왜 이리 됐을까. 역시 나이 앞에 장사 없는 걸까. 올해로 42세, 운동 선수로선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그를 두고 "세월은 속일 수 없다"고 했다.

열흘 만에 1군에 돌아온 오승환을 지켜봤다. 여전히 피칭이 신통찮고 들쭉날쭉하다. 유독 약했던 KIA전에 중간계투로 나와 또 난타당했다. 급기야 그를 향한 곱지 않은 여론도 생겨났다. "팀에 더이상 폐를 끼쳐선 안된다" "박수칠 때 왜 떠나지 않았나" "롯데 이대호를 본받아라"라는 등 가시 돋친 말들이다. 야구 팬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니까.

오승환을 보면 일본의 축구 전설 미우라 가즈요시가 떠오른다. 1967년생, 올해 57세다. 과거 황선홍·홍명보가 뛰던 시절, 일본 국가대표의 핵심이었다. 그는 실업축구팀 선수로 지금도 여전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야구보다 체력 소모가 훨씬 더한 축구에서 말이다. 그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가능한 한 오래 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쯤하면 거의 '오타쿠(특정 분야에 몰입하는 사람)'급이다. 놀랍다 못해 무섭다. 나이와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미우라의 도전 스토리는 깊은 감동을 준다. 이런 시선으로 오승환을 응원해 보면 어떨까. 이제, 그에 대한 실망과 비난을 거두자는 것이다.

오승환이 아직 마운드에서 내려 와선 안될 이유는 적지 않다. 아무리 예전 같지 않다 해도 불과 얼마 전까진 올시즌 세이브 선두였다. 마무리로 복귀해 다시 실밥이 긁히기라도 한다면 1위 탈환은 시간 문제다. 그는 또 KBO 리그 통산 세이브 1위(427개)와 역대 최고령 세이브 기록(42세 12일) 보유자다. 얼마든지 역사를 계속 써내려 갈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400 세이브 이상을 올린 선수는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누가 뭐라 해도 그는 '한국의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에서 652 세이브로 메이저리그 통산 1위)'다.

오승환은 내년에도 마운드에 선다. 이제부터 그에게 '등판(登板)' 하나 하나는 자신의 야구 인생을 정리하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일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지 않고 등판 자체를 즐기길 바란다. 프로의 세계에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팀과 후배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경기력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구단은 지금부터라도 '오승환 스토리텔링화'에 나서야 한다. 그가 삼성은 물론 KBO 리그 마무리 투수의 현재진행형인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레전드'에 대한 예우다. 오승환이 마운드를 떠나는 날까지 '아름다운 투혼'을 보여주길 기대한다.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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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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