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뛰어넘은 감사, 참전용사 유족에게 전해진 무공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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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은 지난 12일 달성군 보훈회관에서 6·25전쟁에 참전해 공을 세운 유공자에게 수여된 화랑무공훈장과 훈장증을 유족들에게 전수했다.달성군 제공 |
지난 12일 대구 달성군 보훈회관. 6·25전쟁 참전 유공자들을 기리기 위한 화랑무공훈장 전수식이 열렸다. 하나둘씩 모여든 유족들은 각자의 생각에 잠긴 듯, 묵묵히 의자에 앉았다. 모두가 그리운 이름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전수식은 간단한 경례로 시작됐다. 태극기 앞에 선 군 관계자들은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상기시키며 경건한 자세로 국민의례를 이어갔다. 이어 유공자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불리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흘러가던 분위기는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묵직한 감동으로 바뀌었다. 유족들은 잠시 숨을 멈춘 듯했지만, 곧 두 손으로 훈장을 받아들며 그동안 눌러왔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고(故) 민경명 중사의 배우자는 훈장을 건네받는 순간 잠시 말을 잃었다. 손끝으로 훈장을 매만지며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리셨을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70년 전, 전장으로 떠났던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잊히지 않고 기억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고(故) 차봉운 하사의 자녀는 훈장을 건네받은 후, 이를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섰다. 손에 꼭 쥔 훈장은 아버지의 희생과 헌신을 상징하는 소중한 유품이었다. "이제야 아버지가 다시 살아 돌아오신 것 같은 느낌입니다"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눈가에 고인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마음속에 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깊어졌다.
고(故) 서갑곤 상병과 고(故) 이태석 일병의 유족들도 훈장을 건네받으며 깊은 감회를 감추지 못했다. 그들 역시 참전 용사들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마치 전장에서 돌아온 영웅을 마주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훈장을 받은 후 유족들은 천천히 자리로 돌아갔다. 그들의 손에는 무공훈장이, 가슴에는 여전히 그리운 이름이 남아 있었다. 한쪽에서는 유족들이 조용히 기도를 올리며, 비로소 돌아온 그들의 영웅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아버지가 하늘에서 이 장면을 보고 계셨을까요?" 눈물을 훔치며 속삭이는 그들의 목소리가 잔잔히 울려 퍼졌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지난날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6·25전쟁 참전자분들이 그날의 역사이며, 지금의 평화는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이는 이뤄낼 수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고귀한 희생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보훈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달성군은 2019년부터 6·25전쟁 당시 훈장을 받지 못한 참전 유공자들을 찾아 훈장을 수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전해진 화랑무공훈장은 늦게나마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의미 깊은 상징이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