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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능력은 보수' 착각이었나

2024-09-26

의료대란, 주담대 금리 왜곡
카오스 현상 능력 결여 웅변
환자는 불안, 수험생은 당혹
아파트 실수요자도 헷갈려
'국정 역량' 여론에도 투영

[박규완 칼럼] 능력은 보수 착각이었나
박규완 논설위원

'능력은 보수, 도덕성은 진보'. 꽤 오랫동안 정가 안팎에서 진실처럼 회자되던 경구다. 하지만 이 가당찮은 통념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허구로 판명 나는 모양새다. 조국 사태는 도덕성 탕진의 명징한 장면이다. 진보의 정치적 자산은 그렇게 순식간 무너졌다. 임기 반환점에 이른 윤 정부는 급심경단(汲深경短)의 형국이다. 깊은 우물물을 긷기에는 두레박줄이 짧다는 뜻이다. 작금의 다층적 카오스(chaos·혼돈) 현상이 능력 결여를 웅변한다.

# 카오스 one=의료대란이다. 혼돈을 정리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여·야·의·정 협의체는 의료계 불참으로 미궁에 빠졌다. 전공의는 돌아올 일말의 조짐이 없다. 2025년 의대 증원을 두고도 각설이 난무한다. "이미 늦었다" "제한 없이 의제에 올리자". 환자는 불안하고 수험생은 당혹스럽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칼에 자를 수도 없는 상황. 어떤 결론이 나든 갈등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조급하게 이탈한 전공의 등 의료계를 향한 원망이 점증한다. 애초의 화근이 된 '2천명 증원' 여론도 사납다. 숙의와 공론화 없이 불쑥 던진 2천명, 조정 불가한 도그마였나. 초반의 숫자 집착이 사태를 키웠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아직도 2천명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확신하나. 700~1천명 증원으로 5년 동안 추이를 관망하는 안(案)이었으면 어땠을까.

# 카오스 two=정책혼돈이다. 집값 안정을 위한 대출규제를 보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을 사실상 교사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언행은 딱 조삼모사다. 금융당국의 관치(官治)로 제2금융권인 보험사 주담대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아지는 금리 왜곡현상까지 벌어졌다. 정부 개입의 폐해만 노정했을 뿐, 폭발하는 대출 증가세를 막진 못했다. 지난 8월 주담대 대출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세제·금융·청약 혜택이 1주택자에게 유리한 구도는 서울의 '똘똘한 한 채' 욕구를 부추겼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할 금융, 세제, 공급·수요 정책이 파편화되며 혼란을 야기했다. 실수요자들은 헷갈린다. 당초 7월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를 두 달 연기한 건 치명적 실책이다. 시행을 불과 엿새 앞두고 급변침한 배경은 뭔가.

# 카오스 three=국가 프로젝트 실패다. 부산 엑스포 참패가 대표적이다. 물빛도 모른 채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게 첫 번째 오류.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로 기운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무작정 들이댔다. 정보 및 외교 역량 부재가 오판을 부른 꼴이다. 대통령 참모의 그릇된 인식이 두 번째 오류. "부산 엑스포만 유치하면 총선 이긴다"고 부추긴 측근은 누구였나. 5천억원의 국가 예산을 펑펑 쓰고 대기업 총수들까지 총동원하고도 결과는 29 vs 119. "이제는 박빙, 결선투표 가면 승산 있다"는 막판의 형세 분석은 허접한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해 여름의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는 또 어땠나. 폭염 속 생존게임이 되면서 망신살이 해외에까지 뻗쳤다. 아마추어 정부의 민낯이다.

2021년 5월 한국리서치의 '국정 역량 평가'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공히 4.2점이었다. 총선 직후인 올 5월엔 민주 4.8점, 국힘 3.6점을 기록했다. 여론도 '능력은 보수'가 아니라는데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보수 복원의 묘수를 찾아야 할까. 보수 정치인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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