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서의 문제
1. 안녕하세요. 정변호사 정진규입니다.
2. 부동산 거래할 때 매수인이 매매계약 체결에 앞서 먼저 가계약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가계약금은 통상 계약체결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여기고 돈을 송금하게 되는데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인중개사들이 계약 사항의 주요내용과 가계약금 송금과 동시에 계약이 성립한다는 내용을 적시한 문자메세지를 보내면서 가계약금 송금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그 내용대로 계약이 성립해버릴 수가 있으니 신중하게 가계약금을 송금하셔야 합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가계약금을 매도인에게 송금한 후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한다면,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3. 가계약금을 지급한 상태라면 계약 초기 상태겠죠.
이 때 문제가 발생하면, 주로 쟁점이 되는 부분은 매매계약 자체가 성립하긴 했는지가 먼저 문제가 됩니다, 계약이 성립했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는 있는지, 해제가 불가능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손해배상을 해야하는지, 손해배상을 하면 얼마를 해야하는지 등이에요.
4. 이런 경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매계약 자체가 성립된 것인지부터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그러면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는지 불성립되었는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우선 계약서를 꼭 써야 계약이 성립하는걸까요.
상담을 하다보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여 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하지만 구두상의 약속도 계약입니다. 다만 그 약속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문서의 형태로 남아 있지 않을 뿐이죠. 실제 법원에 가면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면 구두로 구체적인 약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5. 가계약 체결시 계약서를 쓰지는 않지만 큰 틀에서 중요사항들에 대해 합의가 이루진 상태에서 가계약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례는 가계약을 구두로 체결하면서 ‘실제 본계약의 본질사항 및 중요사항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었으면 매매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본다(대법원 2017다242867).’라고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매매계약에서는 매매목적물, 매매대금, 매매대금 지급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가 있으면 매매계약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입니다(대법원 2005다39594).
즉, 가계약이라고 일컬었지만 매매대상물, 매매대금, 매매대금 지급방법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실질에 있어서 이는 본계약이라는 거에요. 계약의 성립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죠. 계약서는 계약성립의 중요한 ‘증거’이지 계약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계약서 작성 전이라도 매매대상물, 매매대금, 매매대금 지급방법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계약은 성립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앞서 말씀드린 판례 기준으로 매매계약의 성립했는지부터 먼저 따져보았는데,
그 결과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 매도인은 받은 가계약금을 매수인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다만, 이때도 계약당사자가 가계약 파기시에 어떻게 하기로 따로 정한 것이 있다면 그 정한 바에 따라 이행해야 합니다.
반면에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제 매도인과 매수인은 계약을 마음대로 해제, 파기할 수 없어요. 계약한 대로 이행을 해야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약정한 계약금 ‘전부’를 주고 받은 경우에 매도인은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민법 제565조에서 이와 같이 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해요.
7. 가계약시 지급받은 소액의 금전은 흔히 계약금의 일부로 지급받은 것으로 보는데, 매도인은 지급받은 소액의 가계약금 배액만 상환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 판례는 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매도인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에,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대법원 2014다231378).」라고 판시한바가 있습니다.
8 만약, 계약금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구두로 가계약을 진행하면서 계약금을 따로 이야기 하지 않고, 그냥 통상적으로 매매대금의 10%로 생각하고 있다가 나중에 계약금은 전체 매매대금의 10%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계약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계약금계약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매도인이 매매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전을 계약금이라고 하면서 그 금액을 매수인에게 지급한다고 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가 없습니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계약을 이행해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법원은 「당사자가 계약금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다231378)」라고 판결을 한 바가 있습니다.
9. 매매계약의 상대방이 계약 이행을 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통하여 계약 이행을 구할 수도 있지만,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가계약 상태에서는 소액의 금전(가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이기 때문에 계약금계약이 성립될 여지가 없습니다. 더욱이, 계약금 상당액을 손해배상 받기 위해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계약금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한다고 따로 약정을 했어야 하는데, 가계약 단계에서 이와 같은 약정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결국 손해배상을 구하는 측에서 구체적으로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를 입증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10. 이번 영상에서는 가계약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쟁점들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유익한 법률 정보 들고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형일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