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
올여름은 정말 더웠다. 낮의 폭염이 밤의 열기로 이어져 밤낮으로 더웠다. 평소 에어컨 바람이 싫어 집에서는 에어컨을 잘 켜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선풍기만으로 견디기에는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
올여름 열대야 일수가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9월 전국 열대야 일수는 1973년 기상 관측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특히 서울은 사상 최초로 추석 연휴에 폭염 경보가 발령됐고, 제주도는 올해 365일 중 5분의 1을 열대야를 겪었다고 한다. 더위가 물러 간다는 처서(處暑) 지난 지가 언젠데, 추석 한가위에 열대야라니. 이젠 24절기가 무색하다.
올해의 기상이변을 다룬 언론 보도들을 보면 하나같이 올해 무더위는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기압계 때문이라고 한다.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중으로 대기를 감싸며 찬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상이변은 비단 한반도에만 일어난 현상이 아니었다. 지인이 올 추석연휴에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 다닌 10일 중 7일은 폭우가 쏟아져 도나우강이 범람했고, 특히 체코 프라하에서는 너무 추웠다고 했다. 추석 한가위 열대야 현상만큼이나 9월 중순에 추웠다는 체코의 상황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이제 일부 지역이 아닌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올여름 바닷물에 들어갔다가 바닷물이 뜨뜻한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몇 년 전만 해도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 이가 드드득 부딪힐 정도로 추웠는데 불과 몇 년만에 바닷물은 뜨뜻미지근하게 바뀌었다. 바다 밖의 대기가 이렇게 더우니 수온이 상승하면서 대기 폭염에 해양 폭염까지 이어진 것이다. 대기 폭염은 인간들을 힘들게 하지만, 해양 폭염은 바닷속 생물들에 고통을 줄 것이다. 수온이 높아지면 산호초가 백화되고, 올해 전라도 꼬막 양식을 포기하는 어민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폭염이나 폭우의 원인은 다름 아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리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날씨가 옛날 같지 않다. 큰일이다'라고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대중교통보다는 승용차를 운행하며 온실가스를 마구 배출하고, 20℃ 이하로 에어컨을 풀가동하며, 플라스틱, 비닐, 일회용 용기 사용이 미적지근한 규제 아래 일상화되어 있다. 플라스틱 때문에 바다 생물들이 죽거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기사가 종종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분명히 지구에 사는 수백 개의 종(種)이 사라질 것이고, 결국은 우리 인간도 사라지지 않을까.
올해 우리는 9월 중순까지 한 여름 더위를 체감하면서 더위의 뒤끝을 매섭게 느꼈다. 그 뒤끝은 인간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텐데, 미래 인류의 생존이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 중에도 여전히 인간중심으로 사는 것을 보면, 우리는 지구가 천년만년 인간을 품어 줄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정말 우리 지구인이 깨어나야 할 때인 것 같다. 우리 미래 세대가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계속 살 수 있으려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에서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왔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의 말에 공감하면서 벌써부터 내년의 여름이 걱정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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