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1003010000397

영남일보TV

[주말&여행] 경남 거창 가조온천 꽃단지, 노랑·주황 사이 온갖 色의 스펙트럼…황화코스모스로 피어나다

2024-10-04

1987년 온천지역으로 고시된 가조땅
사방 1천m급 산들이 호위하는 분지
천변 따라 길이 420m·1만7261㎡ 꽃밭
온천단지 입구엔 무료 노천족욕장도

[주말&여행] 경남 거창 가조온천 꽃단지, 노랑·주황 사이 온갖 色의 스펙트럼…황화코스모스로 피어나다
가조온천 꽃단지는 지산천변을 따라 길이가 약 420m, 전체 넓이는 1만7천261㎡나 된다. 꽃밭 너머 가조온천지구의 건물들 위로 삼각형으로 솟은 산이 박유산이다.

바그다드 카페. 가조의 백두산 천지 온천장을 보며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떠올랐다. 넓은 주차장 저편에 선 커다란 철탑 간판이 사막의 물탱크 탑인 양 하다. 전혀 닮지 않았지만, 오늘의 심상이 그렇다면야. 왼쪽으로 부산마을 표지석과 시인 김상훈 본가라는 안내판을 천천히 지난다. 그리고 당연한 듯 부산마을 들판 쪽으로 빠져나간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서말리들을 가로지르며 '이 길이 아니다'라는 분명한 생각을 하면서도 돌아서지는 않는다. 멀리 보해산의 암릉과 우두산의 뾰족한 의상봉과 벌떡 솟구친 비계산의 거대한 산줄기가 들을 지키고 있지만 벼들은 군데군데 쓰러져 가엽다. 어쨌든 길은, 가보면 알겠지.

◆ 가조온천 꽃단지

서말리들 끝자락의 녹동마을에서 가야산으로 가는 지방도와 가조온천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과연 길은 있어서, 지산천의 흐름 따라 우륵의 고향이라는 생초마을을 지나고 임금이 날 마을이라는 왕대마을을 지날 즈음 지산천 너머 꽃밭이 보인다. 저곳이다, 내 가는 곳. 더우내다리를 건너 카페 바우 입구에서 무더기로 흔들리는 나비바늘꽃들을 지나 꽃밭으로 간다. 햇빛이 넉넉하고 더우내 다리도 건넜으니 어쩌면 훈훈하지 않을까. 차 문을 열자 찬바람이 훅 덮쳐 온다. 큰 산을 타고 내려온 천변의 바람은 생각보다 차고 세다.

[주말&여행] 경남 거창 가조온천 꽃단지, 노랑·주황 사이 온갖 色의 스펙트럼…황화코스모스로 피어나다
온천장 옆에 숲이 우거진 작은 동산이 있다. 백년은 훨씬 넘었을 듯한 소나무들은 멋있고, 아름답고, 건강하고, 신성한 느낌이 있다. 소나무의 빛과 그늘 속에 꽃무릇이 한창이다.

황화코스모스로 가득한 꽃밭이다. 한 송이 한 송이 곁마다 강아지풀이 꼬리를 살랑댄다. 노랑과 주황 사이 온갖 스펙트럼의 황화코스모스 속에 백일홍이 몇 송이, 푸른 나팔꽃도 몇 송이, 개망초는 한포기 피어있고 이따금 분홍 코스모스도 그 해사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꽃밭사이로 난 길은 넓고 희다. 걸음마다 잘그락 잘그락 소리를 내는 길에는 반짝거리는 화강암 파쇄석이 깔려 있다. 거창 화강석은 유명하다. 국내 3대 화강석 중 하나로 국내 생산의 25%를 차지한다. 잘그락 소리에 맞춰 꽃 속에서 음악소리 들린다. 당최 제목을 알 수 없는 가볍고 경쾌한 연주곡들이다. 꽃밭 속의 바람은 꽤나 잔잔하다. 들판과 꽃밭과 지산천이 계단모양의 단구를 이루는데 서말리들의 단구애가 바람을 막아주는 듯하다.

이 꽃밭을 가조온천 꽃단지라 부른다. 지산천변을 따라 길이가 약 420m, 전체 넓이는 1만7천261㎡나 된단다. 꽃밭 너머 가조온천지구의 건물들 위로 삼각형으로 솟은 산은 박유산이다. 신라 처사 박유(朴儒)가 세상을 피해 이곳에 살았다고 해서 후세 사람들이 그대로 '박유산'이라고 불렀다 한다. 처사 박유는 알까, 자신이 산이 된 것을. 천 너머 마주보는 산은 미녀봉이다.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누워서는 이마에서 눈썹으로, 오뚝한 콧날과 입, 가슴으로 흐르는 곡선미로 뭇 사람들을 유혹한단다. 그 뒤로 KT중계탑이 희미하게 보이는 산은 오도산, 그 옆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등은 두무산이다. 두무산에서 반시계방향으로 비계산, T자 출렁다리가 있는 우두산, 보해산, 금귀봉, 그리고 박유산과 미녀봉으로 이어져 가조 땅은 천 미터급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를 이룬다. 그 분지 속을 지산천이 동서로 흐른다. 꽃단지 일대의 지산천 1.44㎞ 구간에는 수변 산책로와 산책로를 잇는 징검다리 4개가 설치되어 있다. 더우내 다리는 지금 경관 조명 설치가 한창이다. 11월8일 즈음이면 불이 반짝 켜질 거라 한다.

◆ 가조온천과 소나무동산

[주말&여행] 경남 거창 가조온천 꽃단지, 노랑·주황 사이 온갖 色의 스펙트럼…황화코스모스로 피어나다
온천단지 입구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천 족욕장이 있다. 270㎡ 규모로 최대 100여 명까지 동시 수용이 가능하다.

가조 땅이 온천 지역으로 고시된 것은 1987년이다. 이후 1993년에 개발 사업이 진행됐지만 크게 활성화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온천장은 '백두산 천지' 온천 하나다. 가조의 지형이 백두산 천지를 닮아 지은 이름이라 한다. 쑥탕, 녹차탕, 냉탕, 중탕이 있고 개방감 있는 노천탕과 야외 수영장이 있어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온천수가 나오는 숙박시설은 10여 곳으로 프라이빗한 온천욕을 즐기기에 좋다. 가조온천은 4개의 온천공에서 하루 5천t가량을 끌어올리는데 그중 3개를 거창군에서 직접 운영하며 일정액의 사용료를 받고 숙박업소에 공급해 주고 있다.

가조 온천수는 26.5℃의 수온에 PH9.7의 강알칼리성 단순천으로 물이 매끄럽고 부드럽다. 비누칠 후 아무리 물에 씻어도 미끌미끌한 감촉이 지워지지 않는데, 나트륨, 유황, 불소, 아연 등 몸에 이로운 광물질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높은 강알카리성을 띠기 때문이라 한다. 유황 성분은 노화방지와 성인병 예방 등에 효과가 있고 불소 성분은 치아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온천단지 입구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천 족욕장이 있다. 270㎡ 규모로 최대 100여 명까지 동시 수용이 가능하다. 봄, 여름, 가을의 밤에는 족욕장에 발을 담그고 음료를 즐기는 '가조온천 한잔축제'가 두 차례 열린단다. 한 커플이 마치 일상인 듯 자연스럽게 족욕장으로 들어선다. 아침부터 곱아 있던 셋째 발가락이 나른히 펴지는 듯하다. 산행 후의 온천행은 비할 데가 없겠다.

[주말&여행] 경남 거창 가조온천 꽃단지, 노랑·주황 사이 온갖 色의 스펙트럼…황화코스모스로 피어나다
부산마을 앞들인 서말리들. 왼쪽 산은 Y자 출렁다리와 항노화힐링랜드가 있는 우두산, 오른쪽은 비계산이다.

백두산 천지 온천 옆에 작은 동산이 있다. 물푸레나무, 목련, 산딸나무, 섬잣나무, 회화나무, 산수유, 모과나무, 단풍나무, 팽나무 등 여러 나무들이 우거져 있지만 단연 도드라지는 것은 소나무들이다. 백년은 훨씬 넘었을 듯한 그들은 멋있고, 아름답고, 건강하고, 신성한 느낌이 있다. 소나무의 빛과 그늘 속에 꽃무릇이 한창이다. 부산마을에서부터 흘러온 작은 하천이 동산 아래에서 지산천으로 흘러든다. 숲의 위치를 보면 수구막이 같고 숲의 모양을 보면 조산 같다. 온천장에서 이어지는 다리는 '온천교', 동산 아래에서 꽃단지로 연결되는 다리는 '숲만당다리'다. 숲만당, 만당숲, 어쩐지 당산의 분위기가 난다. 숲이라는 신을 모시는 당산.

동산 한가운데 서 있는 커다란 바위에 김상훈의 시 '연'이 새겨져 있다. 김상훈은, 부산마을 안내판의 바로 그다. 1919년 부산마을에서 태어난 시인은 해방 직전인 1944년 원산철도공장에 강제징용 되어 고초를 겪었고 이후 무장 항일투쟁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광복 후에는 좌익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는데 6·25전쟁 직전 보도연맹에 가입함으로써 공식적인 전향을 했다. 그리고 북한에서 사망했다. '얼마나 가고 싶으냐 새떼 마음 놓고 지저귀는/ 구름과 바람이 번덕여 재롱떠는 하늘가' 시인도 시도 오늘이 초면이다. 그래서 백석을 생각하고, 저기 서말리들 가장자리의 높은 대에 앉아 있는 할머니를 생각한다. 높은 대의 커다란 밤나무 아래에 꽃 모자를 쓰고 앉은 할머니는, 꽃밭과 꽃밭 속에서 새떼처럼 지저귀는 사람들을 내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12번 대구광주고속도로 가조IC에서 내린다. 가조IC교차로에서 9시 방향, 남하 방면 1099지방도를 타고 간다. 약 500m쯤 가면 도산마을 버스정류장과 가조온천 입간판이 보인다. 한수교 건너기 전 좌회전해 온천길로 들어가면 왼쪽에 가조온천족욕장, 조금 더 가면 오른쪽에 백두산천지온천이 있다. 온천 주차장 옆에 꽃무릇 피어난 소나무 동산이 있고, 동산 옆으로 온천길 따라 계속가면 더우내다리 건너기 전 바우하우스 카페 앞 나비바늘꽃이 피어난 천변길로 좌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별도 주차장은 없고, 꽃 단지 곁의 벚나무 길에 주차하면 된다. 오는 20일까지는 꽃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무료 족욕장은 11월 말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휴장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