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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TK통합 특별시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2024-10-21

특별 자치시·도 벌써 5개
중앙정부, 권력 포기할까?
캘리포니아 LA, SF 포진
2만 ㎢ 광활한 TK지방정부
개성 강한 도시들로 진화해야

[박재일 칼럼] TK통합 특별시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논설실장

대구경북을 하나의 '지방정부'로 통합하자는 주창은 취지의 원대함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딜레마가 있다. 대구는 1981년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경북에서 분리됐지만, 경북도청 소재지는 근 35년간 대구에 존속하다 2016년에야 안동·예천으로 옮겼다. 지리적 청사 결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불과 8년만에 나온 행정재통합이 지역민의 열화같은 반응을 기대할 수 없는 배경이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인식 차이로 중단됐던 TK통합이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중재안이 수용되면서 재가동됐다. 행안부는 통합되는 '대구경북특별시'에 서울시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새삼 접하게 된 것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에는 '특별 자치정부'가 서울특별시만 있는 게 아니다. 제주도가 2006년 특별자치도로 변신한 이래 세종특별자치시,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특별'이 어쩌면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

세계 역사 어디를 둘러봐도 '영토 통합'에서 수도 내지 도읍지의 결정은 민감한 사안이다. 따지고 보면 세종시도 중앙행정부가 대거 옮겨간 점이 도시발전의 최대 동인이다. 대구도 400여년 전 현재의 경상남북도와 부산을 아우르는 영남의 도읍지, 경상감영이 설치되면서 비로서 도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TK통합에서 특별시의 본부인 제1청사의 소재지는 무척 중요하다. TK특별시장이 2명, 3명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행안부도 비슷한 고민을 한 모양이다. 중재안에 통합 의회는 대구시·경북도 의회가 합동 의원총회를 개최해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합동의총이 매끄럽게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최대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의 주도(州都)는 로스엔젤레스도(LA)도 샌프란시스코(SF)도 아닌 새크라멘토시(市)이다. 미국 뉴욕의 주도도 뉴욕이 아닌 올버니이다. TK통합시의 행정수도를 대구가 아닌 안동·예천에 두자는 이들은 이같은 예를 거론한다. 반대론자들은 234만의 대도시이자 경상감영의 전통을 가진 대구를 제척한 TK특별시를 상상할 수 없다고 맞선다. 결론을 내기 힘든 대목이다.

TK통합에서 우리는 목표하는 바를 분명해야 한다. 진정 특별하지 않는 지방정부라면 의미가 없다. 통합이 단순한 '행정통합'에 그쳐서는 안된다. 지방행정 조직의 구조조정(Down-sizing)을 노리는 중앙정부의 의도에 업혀서도 곤란하다. 중앙정부가 외치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TK정부에 부여할 때 통합의 길은 도전의 길이 된다. 중앙정부는 과연 그런 권한을 포기할까.

지구촌 세계는 지금 도시간 경쟁이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지점이다. 뉴욕주(州)에는 올버니가 아닌, '세계의 수도'라 자부하는 뉴욕이란 대도시가 존재하기에 빛이 난다. 뉴욕주에는 뉴욕시 말고도 62개의 강력한 지방정부인 카운티(county)가 버티고 있다. 캘리포니아 역시 메이저리그 야구팀이 있는 LA와 SF, 샌디에이고란 도시들이 있기에 '캘리포니아'가 된다. 결론은 분명하다. TK가 통합한다면 대한민국의 20%, 2만㎢ 광할한 영토에 경쟁력을 갖춘 도시들이 넉넉히 포진해야 한다. 대구를 주축으로 구미-김천, 영천-경주-포항, 안동-예천, 상주-문경 라인(Line) 그리고 동해안 타운들이 각자 개성을 가진 도시들로 진화해야 한다. 작지만 강한 도시들이 연접해 강력하고도 큰 공동체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TK통합은 그렇게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몰입해야 한다. 그래야 설령 통합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그 과정에서 건질 것도 많을 것이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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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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